총선 패배 책임론 속 '정치 시련기' 맞을 듯
친박계, 상향식공천·'옥새투쟁' 놓고 대대적 공세 예상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4·13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2년 임기 종료를 꼭 석 달 앞두고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총선에서 보여준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선거 참패의 모든 책임을 지고 오늘부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예고된 사퇴였지만 김 대표가 그렸던 사퇴 무대는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김 대표가 총선 전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공천 갈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할 때만 해도 적어도 '안정적 과반 달성'이라는 전리품을 챙기고 승장(勝將)으로서 명예롭게 물러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유세 중 "과반 달성도 어렵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놔도 '전략적 엄살'이라고 믿지 않았고, 실제 각종 여론조사 지표도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야권 분열이라는 유리한 환경 속에서도 여소야대 뿐만아니라 원내 1당 자리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는 '참패'라는 일격을 당한 김 대표는 앞으로 당분간 정치적 시련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던 김 대표는 이듬해 4월 부산 영도로 지역구를 옮겨 재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재입성했다. 같은 해 7·14 전대에서는 당시 친박(친박근혜)계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친박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게 비주류의 한계를 딛고 당권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후 열린 재·보궐선거에서 연전연승 하면서 여권 내 차기 대권 주자 조사에서는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이제 김 대표 개인적으로는 6선 고지에 올랐지만 총선참패로 인해 그 책임론을 놓고 친박계의 거센 공세가 예상된다. 특히 공천 심사 막바지에 벌어진 이른바 '옥새 투쟁'이 김 대표에 대한 주요 공격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뿐만아니라 공천관리위의 전략공천 움직임에 번번이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한 비박(비박근혜)계의 불신도 팽배해 있어 주변에 우군이 별로 없어 보인다.

더구나 김 대표가 정치적 생명까지 걸며 사수했던 상향식 공천은 경선에서 '현역 프리미엄'을 지켰을 뿐 정작 본선에서는 변화를 열망하는 유권자의 바람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이르면 내달이나 6월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조기 전당대회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의 강세가 예상됨에 따라 김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대권 경쟁에 본격 나선다면 친박계로부터 집중견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대표가 총선 전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아직 건너지 않았다"라고 했지만 앞으로 청와대와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도 풀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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