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저격(狙擊). 일정한 대상을 노려서 치거나 총 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경찰은 박대통령 저격사건 특별수사본부를 오사카 부(府) 경찰에 긴급 설치하고, 저격범 문세광의 조직과 배후관계 수사에 착수했다",

"적들의 저격에 대비하면서 캄캄한 밤에 아주 조용히 적진 깊숙이 진입했다" 저격은 단독보다 저격수(手)나 저격병(兵)로 쓰일 때 제 가치를 발휘한다.

한자어를 살펴보자. 원숭이 저(狙)와 칠 격(擊)의 합성어다. 글자대로 하자면 '원숭이의 공격'이다. 사람의 목숨을 노리는 행위에 왜 원숭이가 한 몫을 할까. '저(狙)'는 긴팔원숭이다.

이 긴팔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보다 꾀가 많고 교활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먹이를 잡을 때 다른 원숭이와 달리 딴전을 피운다. 때문에 먹잇감이 되는 상대는 원숭이가 자신을 잡아먹을 것이라는 상황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해 방심하게 된다. 원숭이는 이 틈을 타 긴팔을 이용해 먹이를 낚아챈다. 포획행위가 전광석화 같아 동물들은 그저 당할 수밖에 없다.

'狙'는 원숭이뿐만 아니라 '노리다, 엿보다'는 뜻이 있다. 그러니까 저격은 '원숭이의 갑작스런 공격'보다 '노리고 엿보다가 공격'이 더 많다. 아니, '원숭이가 노리고 있다가 갑작스레 공격하다'가 정확한 풀이가 아닐까. 이래서 '저격'이 탄생했다. 원숭이의 공격은 팔이 닿는 범위, 근거리에서 이뤄진다. 반해 인간의 상황에서는 저격이 원거리에서 이뤄진다. 원숭이는 팔을 가지고 공격하지만 인간은 총을 가지고 공격하기 때문이다.

영어로 저격은 'snipe'다. 'snipe'는 '도요새'란 뜻도 있다. 도요새는 몸집이 작고 동작이 매우 빠르다. 벌레 등 곤충을 잡아먹는 속도가 잽싸고 인간이 총 등으로 잡기도 무척 어렵다. 이래서 'snipe'는 도요새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상을 총 등으로 노려 죽이는 행위'가 한자어나 영어가 동물의 먹이사냥 행위에서 비롯된 점이 참으로 공교롭다. 동물의 빠른 행동처럼 저격의 생명은 'one shot, one kill (百發百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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