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동남아 한국식당 앞 열대과일 두리안 노점상 사진=이규식
급격한 기후변화로 생태계의 변동이 심각하다고 한다.

동해에서 잡히는 대표어종 오징어가 서해안으로 몰리고 남획 탓이 크겠지만 대표적 국민생선이었던 명태는 이미 오래전 종적을 감추었다. 대표적 원양어업 어종 참치도 국내양식이 가능하다니 기술 발전도 한 몫 했겠지만 기후이변, 기온상승 같은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예전 소풍날이나 생일에 한두 개 맛볼 수 있었던 바나나의 급격한 가격하락과 대량공급도 그렇고 제주에서는 귤값 폭락과 시장수급 불균형으로 감귤 대신에 한라봉, 천혜향 그리고 레드향 같은 비싼 과일 재배로 옮겨가는 중이다. 수요는 공급을 낳는다지만 이 경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사례라면 앞으로의 먹을거리 시장의 판도는 자못 예측하기 힘들다.

FTA타결로 외국 농수산물이 급격히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과거 접하기 어려운 품종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는 호기심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고 결국 오랜 전통 속에 우리 입맛에 적응해온 토종 농수산물의 고사(枯死)를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지난 여름 많이 팔린 과일로 수박의 뒤를 이어 체리가 2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외, 복숭아, 자두 같은 토종과일이 밀려나고 바다 건너온 체리라는 외래품종의 득세에서 우리 식탁의 불투명한 미래를 읽어본다.

국도변 곳곳에 망고 몇 개에 만원이라는 광고간판이 즐비하다. 고가과일의 대명사였던 망고를 덤핑 수입하여 국내시장을 공략하면서 입맛을 길들이려는 판매전략이라면 이제 우리의 입맛마저 기업의 마케팅으로 본의 아니게 바뀌어 가는 듯 싶어 여러 생각이 든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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