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13 총선 정국이 어제 후보등록과 함께 본격 개막됐으나 어수선한 분위기다.

여야 모두 공천 후유증이 작지 않다. 공천 결과 당내 갈등이 노골화되는 가운데 공천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도 늘어나고 있다. 당 조직을 추스르기조차 버거운 모양새다. 개혁공천은 말뿐이고 계파 공천으로 변질되면서 사상 최악의 공천이라는 오명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함량미달의 정치권이라는 비판을 피해 갈수 없게 돼 유감스럽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어제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 중심의 공천관리위원회 추천 공천후보의 공천장에 '옥새(직인)'를 찍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옥쇄투쟁'을 선언하고 이들 지역은 무공천으로 남겨 두겠다는 의도다. 친박-비박으로 나뉘어 죽기 살기식 패거리 싸움에 영일이 없다. 대통령 권력 주변을 싸고 벌어지는 파워게임이 가관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더민주당 역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어제 '경제실정 심판론'을 제기하며 총선체제의 국면을 강조했으나 비례대표 공천 잡음 등 친노-비주류 갈등의 불씨는 그리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당의 정체성, 이념, 정책 등을 싸고 논란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국민의당 또한 비례공천의 공정성 시비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구축해야 할 야권으로서의 가야 할 길이 험준하다.

20대 선거는 선거구도상 여당에 유리한 판세다. 전국적인 야권연대가 무산되고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몇 곳의 지역별 야권연대가 성사됐을 뿐이다. 야권분열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모두 막장 공천이라는 비판 속에 '자기들만의 리그'인양 정치혐오를 부추기더라도 여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여권이 아무리 실책을 해도 밀어주는 고정 지지층이 확보돼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이 제 역할을 하는 수밖에 없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선거 때마다 투표로써 정치판을 심판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막상 선거 때가 닥치면 지나치고 만다. 그러니 저질 정치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정치판을 혐오만 한다고 해서 사안이 끝나는 게 아니다. 유권자 의식이 깨어나야 한다. 딱 국민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이치를 되새겨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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