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골 '따귀탕']

▲ 타향골 대표 메뉴인 뼈다귀해장국.
‘따귀탕’이라니 이름이 생소하다.

뺨따귀가 으레 떠오르니 맛이 좋아 따귀를 맞아도 좋다는 뜻인가, 호기심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뼈다귀탕을 쉽게 부르다 따귀탕이 됐다니 의외로 싱겁다.

따귀탕의 주재료인 돼지 등뼈는 고기를 발골하고 난 부속물로 지방이 적어 담백한 맛을 내는 데 좋다.

찜 요리와 감자탕 여러 요리에 쓰이지만 그래도 뚝배기 해장국에 들어가는 게 부담도 적고 쉽게 접할 수 있다.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4번 출구 바로 옆에 있는 타향골식당은 따귀탕 해장국으로 인근 직장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값은 다른 뼈다귀해장국에 비해 조금 비싼 8000원이지만 뚝배기를 가득 채운 뼈와 시래기가 값어치를 톡톡히 하고 있다. 국물도 들깨와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추어탕의 걸쭉함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잘게 썬 깻잎과 콩나물, 채 썬 무, 당면이 부족한 식감을 채워줘 한 그릇 속에 예술처럼 조화가 이뤄진다.

전날 과음으로 거북한 속을 걸쭉하고 얼큰한 국물이 달래주고, 돼지 뼈 사이사이에 박힌 고기가 피곤에 지친 육신에 기력을 보태준다.

뼈 사이 붙은 고기를 뚝 떼어내 겨자장에 찍어 한입 머금으면 담백하고 톡 쏘는 오묘한 맛에 젓가락질이 자연스레 바빠진다. 두 사람이 가서 따귀탕을 뼈를 뜯다 보니 어느새 냉면 그릇 가득 뼈가 쌓인다.

고기를 비우고 걸쭉한 국물에 공깃밥을 탁 털어 넣으면 또 다른 요리가 등장한다.

후루룩 뚝배기가 바닥이 보일 때까지 비우고 나면 저녁에 먹은 술이 말끔히 잊혀지고 눈이 탁 트인다.

밑반찬은 김치 겉절이와 깍두기, 풋고추가 전부이지만 이 세 가지로 족하다.

덤벅덤벅 썬 깍두기는 푹 익어 무의 단맛이 설탕을 탄 것처럼 달고, 풋고추는 고기를 먹고 텁텁한 입을 헹궈준다.

점심이라면 속을 풀 해장국으로 저녁이라면 소주 안주로도 일품이다.

타향골식당에 처음부터 따귀탕을 팔던 것은 아니다.

27년 전 개업한 후 소 갈비탕을 팔다 IMF 사태 직후 따귀탕 해장국을 개발했다고 한다. 당시 사회도 불안하고 다니던 직장도 위태로울 때 술이 생각나는 서민들의 속을 채워주는 역할을 했을 테다.

지금도 그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서민의 빈속을 채워주고 근심은 털어주는 가게로 남아있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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