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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원도심에 형형색색 온기… 거리 전체가 현대미술관

골목의 재발견22. 중촌동 거리미술관
50m굴뚝 수도 배관으로 형상화
기울어진 전봇대는 연필로 채색
주민들과 프로 작가들 합심
다양한 지형지물 미술작품으로
평범한 삶터 따뜻함 불어넣어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2016년 03월 25일 금요일 제11면     승인시간 : 2016년 03월 24일 20시 14분
성냥곽 같은 건물들, 회색을 띤 삭막한 원도심 일대에 색색의 온기를 전해주는 곳이 있다.

대전 중구 중촌동 무릉마을에 자리 잡은 ‘거리미술관’이 그렇다.

중촌 주공 2단지 아파트와 그 옆 철도를 끼고 있는 이곳은 ‘원도심스럽지 않은 형형색색’을 간직하고 있다.

먼저 멀리 옆 동네에서부터 눈에 잡히는 굴뚝을 따라 길을 잡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주공 2단지 아파트 단지 곁의 굴뚝은 으레 볼 수 있는 것과 다른 ‘작품’이다.

50m나 되는 이 굴뚝 전체는 수도배관으로 형상화 됐다. 윗부분에 거대한 수도꼭지를 달아놨고, 굴뚝 꼭대기로 향하는 사다리에는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물을 받으려 하는 사람이 형상화돼 있다.

‘물뜨는 곡예사’로 이름 붙여진 이 거대 작품을 이정표 삼아 찾은 무릉 마을은 다채롭고 따스한 색감으로 가득 차 있다.

미술작품들이 들어서기 전에는 그저 철도변 덜컹거리는 주택촌이었으나, 이제는 일대에 손꼽히는 ‘무료 미술관’이다.

각각의 집에 채색된 벽화들은 대체로 현대미술을 활용했다. 미술관 전면에 보이는 것 중 하나인 ‘왜 울어요?’.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에 눈물을 닦아주는 아이를 추가로 그려 넣었다.

좌측의 ‘중촌동 미술관’은 김창열의 물방울을 패러디한 거란다. 데미안 허스트의 ‘동그라미’, 몬드리안의 ‘콤포지션’ 등의 이름 난 작품을 변용한 그림이 많다고 하니 원작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사실적인 화풍의 현대미술과 귀여운 캐릭터가 주가 된 그림 등도 함께 있어 감상의 맛이 있다. 골목과 집 사이 곳곳에는 나무가, 작은 석재 볼라드에는 꽃이 그려져 알록달록함이 더해지기도 했다.

굴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형지물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작품도 재기발랄해 보기 좋다. 마을 횡단보도 앞에 위치한 기울어진 전봇대는 ‘연필’ 모양으로 채색됐고, “좌우 살피고 건너기”라는 표어까지 들어갔다.

무릉 마을 지척의 교각 다리는 ‘꽃다리’로 꾸며졌다. 굴뚝과 미술관 사이 철도 방음벽을 캔버스 삼은 가로 200m 길이의 회화도 있다. 넓은 꽃밭의 아름다움과 산뜻함을 표현해 ‘한밭에 핀 꽃밭’으로 이름지어진 이 그림은 작가와 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그려 넣은 합동 작품이기도 하다.

이곳 미술관의 전체 작품들은 ‘2010년 마을미술 프로젝트’로 마련됐다.

7명의 기성작가(L.O.V.E 팀)와 20여명의 보조 작가가 참여해 2개월여 만에 완성한 대규모 사업의 결과다.

안전을 이유로 일부 철거된 것도 있지만 20점 가까운 미술품들이 주민 삶의 터전과 사이 골목들을 채우고 있다.

생활공간이 곧 미술작품이기 때문에 주민의 삶을 방해하면서까지 돌아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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