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리시장 ‘하늘소’ 정육식당
무게단위 계량… 차림비 생략
밑반찬도 무료로 제공 ‘눈길’

▲ 불판에 올린 소고기가 식감을 자극한다.
우리 민족의 소고기 사랑은 각별하다.

조선 후기의 문인 유만공(柳晩恭)의 세시풍속 중 추석 편을 보면 명절 즈음 다리가 부러진 소가 곳곳에 있다(到處何多蹇脚牛/도처하다건각우)고 나와 있다. 당시 소는 농사일에 꼭 필요한 존재이며, 귀한 탓에 함부로 도축하지 말라는 우금령(牛禁令)까지 내려졌지만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못 잊어 다리를 부러뜨린 후 도살했다고 하니 웃지 못할 일이다.

시대가 변해 소고기가 예전보다 흔해졌다고 하지만 아직 서민들에게는 특별한 날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정육식당’이다. 빨간 조명의 진열대 위에 놓인 소고기를 그 자리에서 사 구워 먹는 이 구조는 비싼 소고기를 저렴한 정육점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전 대덕구 중리시장 인근에 있는 ‘하늘소’ 식당도 그중 하나다. 대전과 논산 도축장을 통해 들어온 1~1+등급의 한우가 무게 단위로 계량돼 가격표가 붙으면 손님들은 입맛대로 골라잡아 자리에서 구워 먹으면 된다.

정육식당에서 왕왕 밑반찬에 대한 1인당 차림비를 받는 때도 있지만 이 집은 이런 비용을 받지 않는다. 대신 주요리인 소고기를 즐기는 데 필요한 밑반찬을 무료로 제공해 박리다매를 꾀하고 있어 생삼겹살 가격으로 소고기를 즐길 수 있다. 반찬 가짓수가 적다 해서 대충하는 것이 아니다.

충북 괴산군에서 직접 재배해 만든 열무김치와 배추김치, 깻잎무침, 유채·참나물 무침이 소고기의 맛을 극대화 시킨다. 자리도 좌식이 아닌 삼겹살집에서 사용하는 원형 테이블을 배치해 분위기 또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이 집의 주력메뉴는 특수부위모듬과 스페셜모듬이며 낙엽살과 치마살, 업진살, 제비추리, 채끝, 안심 등 5~6종으로 구성된다. 본디 맛있는 것은 나중에 먹어야 제맛. 부드러운 육질 순서에 따라 단단한 낙엽살부터 토시살, 안창살, 입에서 녹는 살치살을 굽다 보면 소고기 한 접시가 어느덧 게눈 감추듯 사라진다.

소고기로 속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면 냄비 밥이 제격. 양푼 냄비 한가득 지어진 밥과 사태와 양지가 들어간 소고기 청국장 한 뚝배기를 수저로 푹푹 떠 비벼 먹으면 소고기로 기름진 속이 말끔해진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