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AI) 때문에, 인간들이 불편해하고 있다. 더더구나 어떻게 지는지도 모르면서 졌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다. 인간은 '묘수'에 신경을 쓰며 정석대로 하지만, 인공지능은 인간의 '실수'나 '악수'로 여겨지는 수들을 역이용해서 승리한다. 인공지능의 계산이 인간보다 훨씬 멀리 내다보고 있음을 방증한다. 1초에 10만개의 '수'를 생각할 수 있으니, 인간의 1000배다. 머잖은 미래에 인간의 감정이, 감정 없는 인공지능에게 휘둘릴 것이라는 예측은 '직관'마저도 간파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들의 일자리 절반가량이 10~20년 사이에 인공지능들에게 빼앗길 것이라고 한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퀘이크봇'은 지진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기사까지 작성한다. 뉴스통신사 로이터의 인공지능은 스포츠·금융기사를 쓴다. 일본의 건설로봇 '스마트 컨스트럭션'은 정밀도 높은 땅파기 작업을 수행한다. 영국엔 로봇 택배기사가 있고, 미국에는 로봇 약사(藥師)와 로봇 변호사가 있다. 골드만삭스의 인공지능은 금융 자산관리 업무는 물론 사용자 성향에 맞는 투자처를 조언한다. 앞으로 변호사, 군인, 경찰, 경비, 택시운전사, 펀드매니저, 스포츠 심판, 은행창구 업무, 보험 대리점, 공장 오퍼레이터 등도 사라질 확률이 높다. 물론 기자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궁둥이가 닳도록 고통스럽게 학습(공부)한다. 배운 것을 유용하게 쓰려면 10~20년 이상 걸린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인간이 축적한 정보를 습득한다. 시각, 청각, 촉각과 같은 인간 고유의 감각까지 빨아들인다. 인간은 뇌의 비밀을 10%도 알지 못한다. 1000억개에 이르는 인간의 뇌신경 세포를 이해하려면 30만년이 걸린다는 얘기도 있다. 구글이 14년간 인공지능에게 33조원이나 투자한 이유는 분명하다. 미래의 막대한 이윤을 감지한 동물적 본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패착이 아니라 묘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없어져야 할 직업도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선사시대를 살고 있는 국회의원들이다. 대한민국 1만 1600개 직업 중 200개의 특권을 누리며 떵떵거리는 직업은 국회밖에 없다. 그런데도 '도둑이 도리어 도둑 잡으라'고 외치고 있다. 이들은 역대 최악의 계파 간 밥그릇 싸움, 파당(派黨), 편 가르기, 찍어내기, 갈아타기 경쟁에 빠졌다. 개혁타령을 하는데 개악이다. 국민은 똑똑하다. 바보의 수(手)로 국민을 속이는 건 패착(敗着)이다. 차라리 정치를 알파고에게 맡기는 것이 국민의 위한 현명한 묘수일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저능한 저들의 악수(惡手)를 지켜만 볼 것인가.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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