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 GPS 부착·발자국 추적, 덤불은 위험… 골짜기 유인해야, 계족산 30여마리 서식 드러나

▲ 대덕구 야간 포획단이 21일 밤 계족산에서 멧돼지가 파헤친 흔적을 발견하고 인근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정재훈 기자
“쉿, 사냥개가 짖으면 멧돼지가 있다는 소리니 조심히 움직여야 합니다.”

사냥개 3마리가 멧돼지 냄새를 맡자 순식간에 숲 속으로 사라졌고, 포획단의 움직임이 재빨라졌다.

21일 오후 8시 등산객이 모두 하산한 한밤의 계족산에 대덕구 멧돼지 야간 포획단이 민가와 등산로에 출몰하는 멧돼지를 잡기 위해 산속을 헤매고 있었다. 얼룩무늬 위장복에 엽총과 칼, 서치라이트, GPS를 갖춘 이들은 시시각각 멧돼지가 파헤쳐놓은 땅의 흔적, 발자국을 살피며 조심스레 발을 내디뎠다.

인적조차 사라진 밤 11시, 계족산 임도삼거리 인근에서 사냥개들의 움직임이 재빨라졌다. 포획단이 능선과 골짜기 사이를 오고 가며 산 깊이 들어가자 멧돼지들이 남긴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계족산성 인근의 무덤을 모두 파헤쳐놓은 멧돼지들의 흔적과 덤불 사이로 만들어 놓은 서식지까지 드러나자 포획단원들의 손에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5연발 엽총을 꺼내 든 이들의 경력은 7~25년. 이들 모두 멧돼지 포획에는 베테랑이다.

김세형 포획 4단장(야생생물관리협회)은 “초보 엽사(사냥꾼)가 흔히 하는 실수가 덤불로 들어가는 것인데 멧돼지를 잡으러 함부로 발을 디뎠다간 잠복한 녀석이 튀어나와 위험하다”며 “사냥개들이 골짜기로 몰아넣었을 때 포획해야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사냥개들이 숲으로 사라진지 10여분의 시간이 지나고, ‘컹컹’하고 짖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기 시작했다. GPS의 사냥개 위치가 시시각각 변화하고 능선 사이로 멧돼지를 몰기 시작했다.

“멧돼지가 한 마리가 아니다.”

포획단들이 사냥개들의 위치를 보며 2개체 이상의 멧돼지 떼가 등장한 것을 보곤 아연실색했다.

추적은 3시간 이상 길어졌고, 수세에 몰린 사냥개들은 지친 모습으로 포획단이 위치한 곳으로 돌아왔다. 권경숙 대덕구 환경과 계장은 “주민들의 제보와 남겨진 흔적을 보았을 때 계족산에만 멧돼지가 30여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봄철 번식기와 더불어 먹잇감이 부족해진 멧돼지들이 농가와 등산객을 습격하는 경우가 많아 오늘부터 2주간 매일밤 포획작전을 벌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멧돼지 추적은 다음날 새벽 1시가 돼서야 마무리됐고, 포획단은 내일 펼칠 포획작전의 밑그림을 그리며 하산했다. 한편 이날 계족산 포획이 벌어지기에 앞서 김광집 포획 1단장(충청야생생물보호협회) 일행은 대덕구 용호동 인근 농가에 출몰한 멧돼지를 포획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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