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충북본사 경제부장
[데스크칼럼]

지난 한 주 구글의 딥 마인드사가 프로그래밍 한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국이 인류사에 안겨준 충격은 적잖았다.

일찌감치 이 9단의 압승을 예상했던 프로 바둑계는 뛰어난 학습능력을 가진 알파고가 오히려 4대 1로 선승(先勝)을 거두자 경이로움을 넘어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까지 보였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승리의 기쁨을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고 표현했다가 AI에 패한 인류의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듯 하자, ‘아직은 AI가 인류의 보조장치에 불과하다’는 말로 애써 수습하려 했다.

이 9단도 자신이 AI에 진 것이지 인류가 진 것이 아니라고 상처난 인류의 자존감 회복에 신경썼다.

그런데 이미 승부가 끝난 이 세기의 대결이 우리에게 남긴 씁쓸한 여운은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로 다가오는 듯 하다. 백년대계(百年大計)는 아니더라도 10년 앞은 내다봤어야 할 충북 미래산업의 경제정책이 그간 얼마나 근시안적이었는지 부끄러운 민낯이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이미 8년여 전인 2008년 1월 23일 충북의 미래 신성장 전략산업인 반도체, 바이오산업과 연계한 바이오 로봇, 교육용 로봇을 개발 육성하는 ‘충북 로봇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심지어 단기 과제로 사회복지 로봇을 개발·보급하고, 로봇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충북도는 민선 5·6기 들어 지방정권이 교체되면서 이 같은 미래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조례제정이라든지 로봇산단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자취를 감춰 버렸다. 한 마디로 선견지명을 갖고 전임 단체장이 추진했던 로봇산업 육성계획이 민선 단체장이 바뀌면서 행정의 계속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백년하청(百年河淸·아무리 오랜 시일이 지나도 어떤 일이 이뤄지기 어려움)의 신세가 된 것이다.

사실 충북도의 뭔가 ‘2% 부족한 경제정책’은 비단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지난해 정부가 청년실업해소와 일자리창출을 위해 일명 ‘부자간 상생 정책’이라고도 하는 ‘임금피크제’를 공기업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도내에서 단 3곳 뿐인 충북개발공사와 청주시설관리공단, 단양관광관리공단의 임금피크제 우선 시행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이들 지방공기업과 공단의 근로자 평균 연령은 50대 초·중반으로 정년 연장 적용 연령대인 58세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한마디로 2~3년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임금을 줄여 그 비용으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지역 현실과는 애초부터 동떨어져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추진하려 명예퇴직자를 받고, 인턴사원을 초과해서 받으면서 결국은 인건비 부담을 떠안게 된 지방공기업이 재정난을 겪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왔다.

이와 함께 AI의 발달로 미래 없어질 직업군으로 의사, 변호사, 판사, 교사, 공무원, 기자 등이 꼽히면서 미래 직업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충북도가 추진하는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 계획도 미리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SK하이닉스가 2025년까지 향후 10여년간 15조 5000억원의 추가투자계획을 밝히면서 일자리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실상은 스마트공장 도입 등으로 정작 고용효과는 기대치 보다 떨어질 것이란 분석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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