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동차세 체납 영치현장
감식기로 잡아 차번호판 분리, 생계형 외 얌체 체납도 상당수
새벽작업·민원인 마찰 ‘이중고’

▲ 대덕구청 세무과 직원들이 세금을 내지않아 적발된 벤츠 차량의 번호판을 떼어내고 있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삐- 삐- 삐- 체납차량입니다.”

체납차량 번호판 감식기가 체납차량을 감지하자 대덕구 세무과 공무원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영치스티커를 인쇄해 차량 앞유리에 끼우고 육각복스를 끼운 핸드드릴을 사용해 체납차량의 앞 번호판을 순식간에 분리했다. 10일 오전 10시30분 대덕구 체납팀 직원들이 법동과 중리동에서 자동차세를 체납한 차량 영치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승합차를 개조한 영치감식차량이 골목 구석구석 누비자 체납차량의 번호판을 인식한 감식기가 알림을 울렸다. 차량 모니터에 소유주와 체납액, 체납횟수가 송출되자 4인 1조로 구성된 영치반원들이 분주해졌다. 반장이 갓길로 차를 세운 후 장비를 챙겨 나간 반원들은 1분 만에 차량의 번호판이 분리해오며 작업이 마무리됐다.

대덕구 영치반 직원은 “매일 작업을 하다 보니 손에 익어 작업이 금방 끝난다”며 “오래 머물다 차주와 만나면 다툼이 벌어질 수 있어 될 수 있으면 빨리 일 처리를 한다”고 설명했다. 영치반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체납자와 마찰이다.

말다툼부터 협박, 애원까지 체납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차량의 번호판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지만 '법 집행'에 있어서 예외는 있을 수 없다. 덕분에 체납자와 갈등은 이들에게 일상이다.

말다툼은 애교 수준이고, 조직폭력배 차량을 잘못 영치해 협박까지 받은 일도 왕왕 벌어진다. 대덕구는 생계형 체납자들이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얌체 체납자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이날도 마찬가지로 세금을 체납한 외제차가 적발됐다.

벤츠와 아우디 등 고가의 차량이 30만~50여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고 배짱 운행을 하다 영치반에 적발돼 번호판을 떼였다. 정영주 대덕구 세무과 체납담당은 “요즘 외제차가 늘자 덩달아 체납차량도 외제차가 많아졌다”며 “외제차를 영치하면 차에 흠집를 냈다거나 이상이 생겼다며 생떼를 쓰며 거액의 수리비를 요구하는 상황이 많아 세심하게 작업한다”고 말했다.

1시간 남짓 시간동안 영치반이 회수한 차량 번호판은 7개. 10분에 1대꼴로 적발한 셈이다. 많게는 90만원부터 적게는 30만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 떼여진 번호판은 구청으로 옮겨졌다. 김창호 대덕구 세무과장은 “아침잠도 반납하며 고생하는 직원들이 오후에는 민원인에게 시달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주민들이 이를 헤아려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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