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선화동 낙지마을

▲ 강한 불로 40초간 볶아낸 낙지볶음.
‘탱탱하지만 질기지 않고, 혀를 찌르는 듯 맵지만 텁텁하지 않다.’

대전 중구 선화동 중앙로역 인근 ‘낙지마을’표 낙지볶음을 맛 본 뒤 첫느낌이다.

낙지는 입에 넣고 굴려보면 단단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씹어보면 쉽게 잘리는데, 질기거나 혹은 풀어져 흐물거린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비결은 볶는 시간이다. 기자가 음식을 즐기는 동안에도 주방에서 치솟는 불길은 여지없이 1분을 넘기지 않았다.

사장 전지영(68·여) 씨는 “낙지는 강한 불로 40초 내외의 짧은 시간 내에 볶는 게 핵심”이라며 “볶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짧으면 재료의 맛이 상한다”고 강조했다.

이 집의 낙지볶음은 일단 맵다. 하지만 단 맛과 새콤한 맛이 이 매운 맛을 지탱해 준다. 모 고추장 TV CF 멘트처럼 “맛있게 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 양념 없이 백합만으로 끓인 ‘백합탕’.
하지만 낙지볶음에는 고추장이 거의 쓰이지 않는단다. 고추장이나 소금이 많이 들어가면 텁텁한 맛이 강해진다는 사장 전 씨의 경험에 따른 결과다. 전 씨는 “고추장은 조금만 넣고 소금은 아예 넣지 않는다”며 “대신 고추가루와 새우·까나리·멸치 액젓으로 양념을 만든다”고 말했다. 덕분에 다른 낙지볶음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텁텁한 뒷 맛’은 찾아 볼 수 없다.

여기에 강한 불로 볶는 사이 중후한 불맛 더해져 맛의 빈 부분을 감싸준다.

낙지마을의 이런 맛깔나는 낙지 요리는 손님들과 함께 만들어졌다. 전 씨는 12년 전 자신의 ‘손 맛’만 믿고 장사를 시작했는데, 결과물이 영 신통치 않았다.

간을 맞추기도 어려웠고, 요리가 나온 뒤 낙지 안에 있던 물기가 새어 나와 ‘낙지탕’처럼 변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을 찾은 식도락가가 ‘낙지에 물엿을 코팅하듯 둘러보라’는 조언을 했고, 더이상 실패는 없었다.

전 씨는 “이후 지금까지 손님에게 맛에 대한 조언을 듣기를 반복해 지금의 맛을 만들어냈다”며 “손님들이 곧 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낙지마을 음식 중에는 양념 없이 백합만으로 끓인 ‘백합탕’도 맛있다. 낙지볶음은 대·중·소 2만 3000~3만 3000원이고, 백합탕도 가격이 같다. 점심엔 1인당 7000원(낙지볶음, 백합탕)으로 점심 정식을 즐길 수 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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