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재발견21 정동 한의약특화거리
일제강점기 대전역 인근 조성
전국 3대 시장 100여년 역사
IMF·서남부권 개발로 쇠락
대전시·동구 재생사업 본격화
“개발 좋지만 정취 보존해주길”

▲ 대전 동구 정동에 위치한 한의약특화거리는 일본강점기부터 대전역 인근에 조성돼 100여년의 역사를 지녔다.
▲ 성재수 성수당건재상 대표가 한의약특화거리의 옛 상황을 설명하며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 한의약특화거리 터줏대감인 성수당건재상에서 손님에게 판매할 한약을 제조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골목 초입에 들어서자 쌉싸래한 약재 향이 코끝을 맴돌았다.

대전 동구 정동에 위치한 한의약특화거리는 일본강점기부터 대전역 인근에 조성돼 100여년의 역사를 지녔다. 한때 서울 경동시장과 대구 약령시장과 함께 전국 3대 한약 시장으로 꼽힐 정도로 유명세를 떨친 이곳은 현재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예전엔 말도 못 하게 컸었지, 이곳 건재상도 30여년 전에는 직원을 20명 가까이 두면서 전국적으로 활동했는데 구도심이 되면서 부터는 장사가 안돼. 이제 부부만 남았어.”

한의약특화거리 터줏대감인 성재수 성수당건재상 대표(70)는 서남부권 개발이 일어나며 이곳 거리의 분위기가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성 대표는 “예전에는 한 달에 3번씩 서울, 부산, 대구, 전주, 광주를 돌며 전국의 약재상들과 거래하며 왕성하게 활동했었다”며 “가게를 찾는 사람들도 매일 붐벼 어떤 날이면 손님 대접하느라 점심을 3번 먹은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성수당은 1977년 개업해 40여년의 역사를 지닌 건재상으로 대전장이 서는 날이면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들 정도로 명성을 크게 얻었다.

과거 대전역 한약거리는 금산 인삼을 사려는 약재상들이 대전역 인근에 머물자 자연스레 커지기 시작했다. 금산장이 열리는 2일과 7일 전날인 1일과 6일 대전장이 열렸고, 약재상들은 금산장에 가기 전의 관문으로 대전을 거쳐 갔다. 세월이 흘러 도로여건 등 교통이 발전하자 한약 거리의 인기는 차츰 시들어갔고, 결정적으로 대전 서남부권 개발과 90년대 후반 IMF 광풍이 몰아닥치자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

한때 거리를 빼곡하게 채웠던 한의원과 한약방, 건재상, 건강원, 제분소는 현재 70여개 남짓 남아있다. 전국의 약재상들을 맞이하던 수많은 음식점과 숙박업소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개발의 바람이 빗겨간 이곳은 1970~80년대의 향수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간판 하나하나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덕분에 옛 정취가 거리 곳곳에 묻어나 찾는 이에게 과거의 추억을 되살아나게 하고 있다.

한약방을 찾은 한 노신사는 “아직도 한약 하면 정동 아니겠는가. 여기 와서 보약 한재 짓고 쌍화탕 한잔 마시면 10년은 너끈히 잔병치레 없이 보낸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대전시와 동구는 잊혀 가는 이 거리를 살리려 한의약특화거리와 인쇄 골목에 대한 재생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주춤한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지중화 사업도, 도로와 보도 개선 등 여러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상인들은 개발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며 한편으로는 옛 모습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한의약특화거리 한 상인은 "시나 구가 개발해준다면 반길 일이지만 정취가 씻겨나가지 않게 보존해 줬으면 한다"고 넌지시 말을 꺼냈다. 색 바랜 간판에 녹아있는 추억이 사라질까, 상인은 한동안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렸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