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석 충북본사 사회교육부장
[데스크칼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테러방지법'의 공식 법안 명칭은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국가테러대책위원회'와 '대(對)테러센터'를 설치한다.

대책위원회는 대테러활동에 관한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이며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게 된다. 여·야 대립의 출발점이었던 대테러센터는 국가정보원이 아닌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것으로 입법됐다.

대테러 문제가 세계적으로 심각하고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측면에서 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 공감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테리방지법 통과 이후 국민들의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야당의 지적대로 테러방지법은 사실 국가정보원에 권한이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테러방지법의 핵심적인 내용을 보면 국정원은 테러 위험인물의 개인 정보나 위치 정보, 출입국 기록, 금융거래 기록 추적을 모두 조회할 수 있다.

또 금융거래 정지 등도 요청할 수 있고 이 뿐만아니라 외국 정보업체하고 정보협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국정원이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사생활 정보는 얼마든지 얻어낼 수 있다.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이 이렇게 개인정보를 무작위로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을 '테러 음모 또는 선전 선동을 했거나, 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바로 이 조항이 국정원의 주관적 잣대가 들어갈 모호한 조항이다. 그러니까 필요에 따라서 정권의 비판적인 집회나 시위를 기획하는 사람도 이런 테러방지법으로 옭가 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2일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후 애플 앱스토어 내려 받기 순위에서 '텔레그램'이 소셜네트워킹 분야 1위를 차지했다. 텔레그램은 서버가 해외에 있어 국내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압수수색이 어렵고, 서버에 대화 기록이 남지 않아 정부 당국의 검열로부터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테러방지법으로 자신의 스마트 폰 메신저가 감시될 수 있다는 생각에 메신저를 바꾸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반인에 대한 감청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감청이 어렵다는 2G폰 사용도 다시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렇게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은 국정원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정원은 정치사찰이라든지 불법 도·감청, 간첩 조작사건, 민간인 사찰, 대선 때 인터넷 댓글 등등….

바로 이 같은 국정원의 과거 전력 때문에 국민들이 국정원을 불신하고 있는 이유다. 테러방지법은 국민의 안녕만을 위한 수단으로만 철저하게 사용돼야 한다. 정부와 국정원은 국민들이 무엇을 우려하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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