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지역 미취학 아동 합동점검 현장
취학시기 넘겨 3년째 거부
학교 불신·경제적인 문제 등
교육적 방임 우려… 대책 논의

▲ 미취학 아동 합동점검팀이 아동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가정에 방문, 문을 두드리고 있다. 홍서윤 기자
7일 오후 2시 대전 중구 유천동 한 원룸 앞, 대전동부교육지원청 공무원들과 동주민센터,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관계부처 공무원들이 지역 미취학 아동의 안전을 파악하기 위해 한 가정을 방문했다.

이들 합동점검팀이 방문하려는 곳은 3년째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있는 김모(10·여) 양의 집으로, 제때 들어갔더라면 벌써 3학년이 됐을 나이지만 부모의 취학 거부로 아이는 수년째 학교 문턱을 밟지 못하고 있다.

닫혀있는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듯, 점검팀이 현관문을 넘기조차 쉽지 않았다. 10여분이 넘게 초인종을 누른 끝에 막 잠에서 깬 듯한 모습으로 어머니가 얼굴을 비쳤고, 점검팀은 아동의 안전을 실제로 확인하기 위해 실내로 들어가려했지만 어머니는 아이가 잠에서 깬다며 진입을 한사코 만류했다.

결국 문 앞에서 점검팀과 어머니의 대화가 30여분간 이어졌는데, 아이가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된 배경에는 학교시스템에 대한 어머니의 절대적인 불신과 기초생활수급자 탈락 등 경제적인 배경이 있었다.

어머니는 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느냐는 물음에 “학교는 숙제를 무턱대고 많이 내주고 강제적인 데다가 나는 선생님에 대한 불신도 크다”며 “지금도 아이는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나보다 친구를 사귀는 재주가 좋다”고 답하며 완강한 거부를 표했다.

교육지원청 측은 지속해서 학교를 믿어줄 것을 부탁하며 아이의 적응을 위한 후속지원도 약속했지만, 어머니는 시간을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등 불신의 벽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이날 대화 도중 잠에서 깨 화장실에 가기 위해 나온 아동의 상태를 살펴보니 건강상으로는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미취학 기간 대체할 만한 학습을 받지 못해 학습능력 저하가 우려되는 데다가 기상 등 기본생활습관도 매우 불규칙해보여 사실상 교육적 방임이 우려됐다.

교육지원청과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들은 “폭력이 아닌 교육적 방임도 사실상 학대이지만 아이가 부모와의 분리의사를 보이지 않는 데다가 강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아 한계가 있다”며 “취학 독려를 지속해서 하는 동시에 기본적인 사회적응을 위해 학습지원책 등을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합동점검팀은 어머니가 수일 내로 동주민센터를 방문한다는 약속을 끝으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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