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역본부장
[경제인칼럼]

인공지능 슈퍼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내용은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소재이다. SF영화의 레전드라 평가받는 '터미네이터' 시리즈도 인공지능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에 맞서 싸우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어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이렇게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인간과 슈퍼컴퓨터간 대결이 현 시점에 진행되고 있다.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바로 그것이다. 이 흥미진진한 세기의 바둑대결이 오는 3월 9일부터 서울에서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펼쳐진다고 한다.

필자는 이 세기의 대결을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이 이벤트의 배후에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글로벌기업 ‘구글’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글이 왜 인공지능 컴퓨터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구글은 작년 8월 기업 지배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꿨다. 구글은 ‘알파벳(Alphabet)’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이 알파벳이 산하에 11개의 자회사를 소유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구글은 스스로 그 11개 자회사 중 하나가 되었다. 정말 혁신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놀라운 변신이다. 구글을 제외한 10개의 자회사 면면을 살펴보면 구글이 왜 그런 결단을 내렸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동물처럼 달리는 로봇을 만드는 ‘보스톤 다이나믹스’, 항노화 연구를 하는 ‘칼리코’, 혈당측정 콘택트렌즈를 만드는 ‘라이프 사이언시스’, 사물인터넷 사업을 하는 ‘네스트 랩스’, 구글글래스와 자동주행차 등을 연구하는 ‘엑스랩’그리고 이세돌과 대결을 펼칠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드는 ‘딥마인드’ 등 어찌 보면 하나 같이 당장 돈이 안 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자금이 들어가지만 언젠가는 거대한 산업을 일으킬 미래 먹거리 사업영역이다. 구글은 작년에 약 92조원 매출, 29조 영업이익이라는 막대한 수익을 거두었다. 이 엄청난 자금은 이제 알파벳이라는 지붕 아래에서 미래 먹거리 분야에 집중 투자될 예정이다. 40대 중반에 접어든 천재 CEO 래리 페이지는 미래를 향한 영민한 발걸음을 재빠르게 내딛고 있는 것이다.

연초부터 우리에게 우울한 소식이 많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수출이 점점 줄어들고 세계 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 10대 그룹 상장사 사내유보금이 504조원이라고 하니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미국의 젊은 CEO의 행보와는 너무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수출 감소, 개성공단 폐쇄, 지정학적 정세 불안 등 어지러운 경제 환경 등 모든 것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런 때일수록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기업가들의 용단이 그리워진다. 이세돌이 한국인이어서 기쁘고 자랑스럽다. 하지만 이세돌에 도전하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메이드인 코리아 였으면 얼마나 더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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