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영원한 동지는 없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진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정객들의 움직임이 사납다. 권력의 향배만을 따라 이동하는 월경(越境)이다.

한때 청와대서 잘나갔던 핵심 비서관은 청와대를 저격하고 있고, 야당 대통령의 금쪽 같던 ‘오른팔’은 야당을 향해 호통치고 있다. 전두환 군사정권의 모태가 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투신했던 어떤 원로와, 여야 협곡을 넘나들던 한 원로는 훈수정치에 여념이 없다.

이들에게서 검은 고양이도 보이고, 흰 고양이도 보인다. 잘못된 흑묘백묘(黑猫白猫)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생각이니 결국 사리사욕 아닌가. 그 민낯이 뻔뻔하다.

▶1970년대 말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등소평)은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인민을 잘 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고 했다. 중국은 이때부터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경제 창구는 열어제쳤다. 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속에서 은밀하게 힘을 기른 것이다.

제1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이제 '녹묘(綠猫)'를 내세우고 있다. 깨끗하고 세련된 녹색 고양이(친환경·첨단산업)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정치(개혁)란 존엄한 희망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그저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게 하면 된다.

▶이순신 장군과 치열하게 싸운 왜장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내가 제일로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순신이다. 가장 미운 사람도,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가장 흠숭하는 사람도, 가장 함께하고 싶은 이도 바로 이순신"이라고 했다. 얼마나 치열한 애증인가. 적군도, 아군의 존엄함을 칭송하거늘 정쟁에만 골몰하고 있는 정치권의 처신이 가볍기 그지없다. 생살을 부대끼면서 서로 할키는 정치적 행태는 태고적부터 내려오는 불온한 계보다. 타 동식물들을 희생시켜, 그들로부터 단백질을 약탈해 삶을 연장해온 부끄러운 도륙인 것이다.

▶길은 기억으로 유지보수되고, 삶으로 완성된다. 모든 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삶의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게 핵심이다. 삶은 값비싼 것이지만 짧게 지나간다. 자기과잉의 시대, 더욱 약삭빠른 동물이 되라고 독려하는 이 정치문화는 자기중심주의를 극대화한다. 그래서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하다.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 자기애에 빠진 떠버리가 되어 실제보다 더 권위 있고 영리한 척한다면 그게 바보다. ‘똑같은’ 정치를 하기 싫다면 ‘똑바로’라도 해야한다. 인간은 누구나 휘청거리고 발을 헛디딘다. 휘청거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는 과정에 진정한 삶의 아름다움이 있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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