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위 플레이오프 탈락, 4·5라운드 전승 등 상승세, 외인 의존 낮고 스피드 추구

▲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현대캐피탈의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의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지난 시즌 5위에 그치며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봄 배구'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현대캐피탈은 한 시즌 만에 가장 뜨거운 팀으로 변신했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남자부 최다인 13연승을 달리고 있다. 극적인 질주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3라운드에서 3승 3패에 머물렀다. 라운드 막판 3연패를 당할 때만 해도 선두권 경쟁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올스타 브레이크를 포함한 2주간의 공백기를 거친 뒤 전혀 다른 팀이 됐다. 현대캐피탈은 4라운드와 5라운드에서 전승을 거둔 데 이어 6라운드 첫 경기를 잡아내며 13연승을 완성했다. 현대캐피탈은 23승 8패에 승점 66점을 기록하며 OK저축은행(승점 65점)을 2위로 끌어내리고 761일 만에 정규시즌 1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만 해도 현대캐피탈은 팀 성적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캐피탈은 '적극적인 프런트'가 강점이자 단점인 팀이었다.

하지만, 안남수 전 단장이 물러나고 현대캐피탈 부사장 출신으로 은퇴해 있던 신현석 단장이 새로 오면서 코치진 쪽으로 무게 중심을 확 옮겼다. 구단으로부터 전권을 부여받은 새 사령탑 최태웅 감독은 팀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스피드 배구'라는 자신의 철학을 팀에 녹여낼 수 있었다. '스피드 배구'란 단순히 빠른 공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모든 선수가 리시브와 동시에 공격 준비를 위해 뛰어드는 것이 스피드 배구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상위 3개 팀 중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가장 낮다. 오레올 까메호는 34.9%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 OK저축은행의 로버트랜디 시몬이 40.0%의 공격을 책임지고, 3위 삼성화재의 괴르기 그로저가 46.6%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한 것과는 큰 차이다. 점유율은 낮지만, 공격 성공률은 단연 1위다. 오레올의 공격 성공률은 58.8%. 그만큼 오레올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는 의미다.

'몰빵 배구'라는 비난 속에 외국인 선수의 기량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던 프로배구 판도에 현대캐피탈은 '스피드 배구'로 신선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2년차 신예 세터 노재욱의 성장도 스피드 배구의 조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노재욱은 현역 시절 최고의 세터로 이름을 날린 최 감독의 집중 조련 속에 경기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발전했다. 3라운드까지는 불안함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지만 4라운드부터는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피드 배구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체력적으로 빨리 지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캐피탈의 질주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시작된 것도 이와 연관이 깊다. 현대캐피탈은 전반기에는 리베로 여오현과 신동광을 번갈아 기용하는 더블 리베로 시스템을 구사했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되는 여오현의 체력을 아껴주기 위해서였다. 전반기에 몸이 근질거렸던 여오현은 후반기 들어 안정된 서브 리시브와 몸을 날리는 수비, 게다가 빼어난 2단 토크까지 보여주며 상승세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국가대표 주전 센터 신영석의 가세는 현대캐피탈의 거침 없는 질주에 날개를 달아줬다. 현대캐피탈은 이제 2승만 더하면 2005-2006 시즌에 달성한 구단 최다 연승(15연승)과 타이를 이룬다. 여건도 좋다. OK저축은행은 주전 세터 이민규가 수술대에 오른 이후 삐걱거리고 있고, 삼성화재는 주포 그로저의 무릎 부상으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시즌 도중 감독이 교체되는 내홍에 휩싸였다. 현대캐티탈의 질주에 순풍이 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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