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광란의 밸런타인데이 전야
대형클럽앞 선정적 문구 가득
호객꾼들 단속해도 다시 영업
눈대중으로 미성년자 검사도
폭행·다툼 등 경찰단속에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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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감성주점이 입구에서 내부의 춤추는 모습을 전광판을 통해 내보이고 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밸런타인데이 전날인 13일 밤 대전 서구 둔산동 타임월드백화점 인근 유흥가는 무질서의 온상이었다.

이날 밤 10시를 넘긴 시각 타임월드백화점 인근 타임로 일대에는 비가 내리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밸런타인데이 특수를 맞아 이성을 찾는 20대 청춘이 넘쳐났다.

청춘들은 청테이프 흔적(오랜 기간 유흥전단지를 고정하던 자국)이 가득한 길을 걸어 대형 댄스클럽이나 감성주점(춤과 이용자간 자유로운 합석이 가능한 신종 주점)으로 향했다. 거리 곳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남녀들에게서는 “밸런타인데이인데 어디서 놀까”, “누구를 어떻게 꼬실까” 등의 성적 농담들이 들려왔다.

이들을 유혹하는 유흥업소들은 선정적이었고 매우 노골적이었다. 나이 어린 학생들도 적잖이 길을 지나는 시간이지만 대형 클럽 앞은 속옷 차림의 여성 사진과 선정적인 홍보문구가 가득했다. 대형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는 50m이상 떨어진 대덕대로 건너편까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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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서 나온 이른 바 ‘삐끼(호객꾼)’들은 길을 지나는 여성에게 추파를 던졌다. 간혹 미성년자로 보이는 여성들도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이러한 불법을 제지하는 이들은 없었다. 클럽 홍보트럭은 거리 입구를 막은 채 홍보를 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자리를 옮겼지만, 잠시 뒤 그 자리에 다시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클럽에는 입장객들이 줄을 이었다. 기자가 1시간여 동안 지켜보는 사이 입장객의 주민등록증을 검사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클럽 앞에서 만난 A(24) 씨는 “입장할 때 주민등록증 검사를 간혹 하긴 하지만 눈대중에 따라 검사를 하고, 특별히 적극적이지도 않다”라며 “클럽 안에 미성년자도 일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대에 다수 분포한 감성주점들 밖에도 밤이 깊었음에도 사람들이 줄을 이을 정도로 붐볐다. 일부의 경우 일반음식점으로 등록 한 후 춤을 추게하는 등 ‘불법영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업소에서는 창밖으로 시끄러운 음악과 환호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특히 한 주점은 입구 전광판을 통해 ‘부비부비’ 등 선정적인 춤사위를 공공연히 내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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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넘어서면서 남의 이목에 관계없이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남녀도 많아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밤부터 새벽까지 타임로 일대에서 벌어진 폭행, 다툼 등이 15차례나 된다.

타임월드 인근 유흥가가 혼란의 도가니가 됐지만, 각종 불법사항과 치안불안에 대한 경찰의 단속 등 관리는 매우 부족했다.

경찰 관계자는 “타임월드 일대 유흥업소와 치안에 여러 문제점들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야간 순찰인력이 8명, 4개팀에 불과해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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