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人 점프in]
아이디어 공유 ‘티 블렌딩’ 착안
동종업종, 교류없어 발전없지만
업종 다를땐 적용 기술 많아져
기업 발전 속도 한층 앞당길것

‘기업가는 기업으로 말해야 한다’는 격언이 있다. 기업을 키우는 일이 국가와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된다는 ‘기업가 정신’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기업의 본질은 이윤창출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용이나 수익 나눔같은 사회적 책임도 게을리해선 안된다. 기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충청지역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기업가들이 이윤을 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충청투데이는 앞으로 기업가가 말하는 기업, 경영인이 말하는 경영 노하우, 경영애로를 지면에 담을 예정이다. <편집자 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업과 스타트업 기업이 한데 합쳐 경영 노하우와 신기술을 교류하는 ‘티 블렌딩’의 장(場)을 만들겠습니다.”

지난달 13일 임기를 시작한 김홍근 중소기업융합 대전세종충남연합회장(57·드림텍 대표)은 신생 중소기업과 오랜 중소기업이 발전 가능성을 찾을 수 있도록 융합 모델을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업종 교류를 위해 탄생한 융합연합회는 업종이 다른 기업이 인적·시스템 교류로 상생 발전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동일 산업을 다루는 기업 간 교류는 산업 기술을 좀먹고 발전을 저해할 수 있지만 업종이 다르면 적용할 수 있는 기술 자체가 많을 것이라는 데서 착안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교류의 선구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자동차 부속을 생산하는 기업 사이엔 경쟁구도가 생겨 서로 공장을 보여주지 않죠. 하지만 과자를 만드는 업체와 철강을 만드는 업체는 나눌게 많이 있을겁니다. 또 소위 ‘잘 나가는 업체’의 초기 실패담을 스타트업 기업에 전하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만한 변화가 생길겁니다.”

김 회장은 교류·융합으로 기업 발전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대목을 강조했다. 경영 방식을 알려주는 단 한사람만 있어도 타 업종의 잘하는 부분을 접목시킬 수 있다면 발전을 위한 초석 쌓기가 한결 수월하다는 것이다.

호서대 창업보육센터장(부교수)을 겸하고 있는 김 회장은 각 대학마다 있는 교수 창업에서 지역경제의 잠재력을 엿봤다. 대부분 교수 창업은 마케팅없이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기 때문에 성공률이 낮지만 마케팅이 접목되거나 앞선 기업의 경영 노하우를 알게된다면 기업의 발전 속도를 한층 더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센터장으로 있는 호서대 창업보육센터엔 42개 입주 기업이 있는데 대부분 1인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 회장은 입주 기업인들에게 혼자 연구실에 콕 박혀있기 보다 옆방에 가서 차도 한잔하면서 어려운 얘기를 나누라고 강권하고 있다.

“혼자 연구하다가 벽을 만나면 그걸 깨려고 끙끙 앓죠. 하지만 다른 연구실에서 속앓이를 하다보면 벽을 2~3개쯤 거뜬히 깰만한 아이디어가 나와요. 차 한잔하다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잡아채는 거죠. 이게 바로 ‘티 블랜딩(tea blending)’입니다.”

‘티 블렌딩’은 김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건 키워드다. 기업들이 차 한잔하면서 의견을 나눠 내수침체에 빠진 경제계를 구해보자는 게 핵심이다. 구글이 자동차와 로봇 산업에 뛰어들고 건설사가 편의점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보고 업종 간 교류, 즉 티 블렌딩을 떠올렸다고 했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이제 막 기업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 인구가 13억명이니 중국 시장에 1개씩만 팔면 13억개를 판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자본력이 약한 신생 기업이 ‘박리다매(薄利多賣)’에 치중하면 분명히 실패의 쓴맛을 볼 겁니다. 적은 이익은 가능하지만 많이 팔기는 어렵습니다. 작게 시작해 많이 남기는 것, 이것이 바로 경영의 첫 걸음입니다.”

이형규 기자 h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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