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대전역을 경유하는 열차 객실 안에 고소한 빵 냄새가 퍼진다. 시장한 사람들에게는 유혹일 것이고 자극에 예민한 후각이라면 거부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다. 역 구내 한켠 빵집 앞에 줄지어 선 사람들, 그리고 빵 봉지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이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풍속도가 연출된다. 이곳이 그리 크지 않은 지역 제빵업체의 소규모 지점인 점을 감안할 때 독특한 브랜드문화 확산도 가능해 보인다.

이런 정경은 몇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60년이라는 연륜은 외식업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나름 상당한 연조겠지만 전주 풍년제과, 군산 이성당 같은 중소도시 지역 제과점도 나름 긴 역사 속에 영업 중이어서 큰 변별력은 되지 못할 것이다. 대전 이외 지역에 지점이나 프랜차이즈 개설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조금만 이름을 얻었다 싶으면 마구잡이로 영업점을 확장하는 현실에서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제과제빵업에 스토리텔링 개념을 가미하여 도시문화, 일상문화 차원으로 접목해 가려는 노력은 긍정적이다.

가톨릭 사제에게서 밀가루 2포대를 얻은 초창기 일화며 10년 전 화재로 인한 위기 극복, 신제품 발매에 따른 이런저런 부가적인 감성 스토리 개발 등은 치열한 각축 속에서 특히 향토업체가 지향할 대안을 보여준다. 재벌기업 소유 유명 프랜차이즈 업소가 즐비한 가운데 지역밀착 업체의 증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소비자 확보를 향한 선의의 경쟁이 필요한데 최근 빵 테마파크를 추진하다 잠정 보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높은 땅값을 비롯하여 여러 규제 같은 걸림돌로 인한 연기라는데 빵의 제조, 판매, 체험과 시식, 교육 그리고 관련 여러 스토리를 엮은 국내 최초의 빵 테마파크 시도는 기업이 문화개념을 활용하여 감성을 자극하는 새로운 순환구조 창출이 가능해 보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