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 충북본사 정치부장
[데스크칼럼]

누군가는 그랬다. 의원회관에서 책 좀 판 것이 뭐 그렇게 잘못한 것이냐고…. 그랬다. 당시의 상황인식은 대부분 그랬다. 관행처럼 해 온 건데 뭐가 문제냐는 투였다. 시집 강매 논란으로 결국 당으로부터 6개월 당원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의원(청주 흥덕을)의 이야기다.

노 의원은 이 같은 중징계로 인해 사실상 더민주 후보로 20대 총선 출마는 불가능해졌다. 물론 탈당과 함께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국민의당(안철수신당)행도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문재인 대표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는 정말 실행하기 어려운 '수(手)' 다.

사실 시집 강매 논란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다른 의원들도 다 하는데 왜 문제냐는 것이 노영민 의원실의 항변이었다. 관행처럼 뿌리박힌 책 판매가 뭐 그렇게 문제가 되느냐는 식이었다.

문제는 거기에서 시작됐다. 애초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채 국민을 우습게 본 태도가 문제였다. 선명성을 강조하는 야당 3선 의원에다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 지역에서도 그의 향후 역할이 주목되던 의원이었다. 20대 총선에서도 어려움없이 4선 달성이 기대되던 의원. 그러나 겸손할 줄 몰랐던 것. 그것이 화근이었다.

여론은 급속히 악화됐다. 불을 끄려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대국민사과도 하고 국회 상임위원장직도 내려놓았지만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대국민사과를 했다지만 달랑 보도자료 한장으로 대체됐다. 당사자인 의원이 직접나서 회견을 해도 모자랄 판에 보도자료로 때웠다. 진정성은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국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하고 검찰 수사는 진행됐다.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당 징계절차도 진행됐다. 결국 결과는 당원자격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로 귀결됐다. 중진의원에다 대표의 최측근인데 중징계가 내려지겠냐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결정이 내려졌다. 당원자격정지는 공천 신청 자격 자체를 배제하는 것으로 사실상의 정치적 사형선고에 다름아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정치인들의 이 같은 상황을 흔하게 접해왔다. 정치인의 처신이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막말, 보좌진 월급 갈취, 책 강매 등을 거부하는 '10계명'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10계명은 △정치불신을 조장하는 막말 금지 △보좌진의 월급 갈취나 편법 사용, 책 강매 등 정치갑질 거부 △선거 때만 얼굴 비추는 속물정치 거부 △돈 있고 힘있는 사람만 소통하는 태도 거부 △인사청탁 거부 △파당의 볼썽사나운 싸움 거부 △패권정치 거부 △진영논리 거부 등이다. 10계명은 곧 속물정치, 갑질 정치, 패권정치 등 청산해야 할 구시대 유물들을 청산하자는 의지다.

중국의 사서(四書)중 하나인 중용(中庸)에 '신기독(愼其獨)'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혼자 있을 때에도 스스로 삼가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퇴계 이황 선생도 이 신기독을 평생 좌우명으로 삼고 살았다. 정치인에게 신기독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지 모르지만 결국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지는 날이 분명히 온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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