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구제역 확산빠른 질병” 한숨
지난해 홍성·보령등 70농가
돼지·소 3만여 마리 살처분
농민들 불안감속 예방 전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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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홍성군 광천읍 월림리 한 양돈농가가 출입통제 팻말을 걸은채 사료차량과 사람을 통제하고 있다. 김명석 기자
“지난해도 돼지를 살처분하는 아픔을 겪었는데 채 1년도 되지않아 가까운 지역에서 구제역 양성판정이 나와 불안합니다.” 지난해 구제역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충남 홍성군 광천읍 월림리 김모(58) 씨의 목소리에는 불안감이 역력했다.

13일 찾아간 김 씨의 돼지축사는 눈이 소복히 쌓인 추운 날씨 속에서도 통행차량에 대한 24시간 소독을 진행하고 백신주사를 놓는 등 분주한 분위기였다. 김 씨는 지난해 발생한 구제역으로 돼지 500여마리를 잃고 총 2억여원의 피해를 입었다.

김 씨는 “전북 김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연초부터 구제역이 확산되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들었다”며 “구제역이라는 질병이 전파가 상당히 빠른 만큼 충남까지 오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된다. 지난해에도 아침에 몇 마리가 부들부들 떨고 콧등에 물집이 잡혀서 신고했더니 하루도 채 되지 않은 그날 오후 돼지 수십여마리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그 당시의 악몽같던 시간을 곱씹었다.

그는 백신·소독약 등의 발전으로 예방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냐는 질문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지난해에도 1차, 2차, 3차까지 백신을 투여했던 돼지들도 결국 구제역에 걸려 살처분 됐다”며 “정부에서는 백신을 투입하고 소독만 철저하면 구제역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더 강력한 백신이나 소독약을 개발해서 농민들이 불안감을 떨칠 수 있게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구제역으로 피해를 입었던 보령지역의 양돈농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충남 보령시 천북면 신덕리에서 축사를 운영하는 최모(47) 씨는 “지난해 구제역으로 돼지 우리 2동 총 700여마리의 돼지를 잃었다”며 “당시 살처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와 아내는 집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한달여를 집에서만 생활하는 등 끔찍한 나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제역이 충남에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내 아이(돼지)들을 신경쓰는 것은 주인들밖에 없다”며 “현재 양돈농가 내부로 차량을 전면통제하고 있고 부득이한 경우 분사식 소독장치를 활용 차량 전체를 소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충남에서는 홍성·보령지역 등 70개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돼지·소 3만여마리가 살처분됐고 59억여원이 보상비로 지급됐다.

피해를 입었던 대부분의 양돈농가들이 보상비를 통해 어느정도 복구가 완료됐지만 최근 발생한 전북 김제 구제역 양성판정으로 또 다시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충남 양돈농가 농민들과 도 축산당국, 방역당국은 구제역이 충남지역까지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며 예방에 전념하고 있다.
전홍표·김명석 기자 dream7@cctoday.co.kr

▲ 전북 김제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가운데 대전·충남의 방역활동이 강화된 13일 대전 중구 정생동의 한 한우축산농가에서 구청 방역 담당자와 수의사와 함께 소의 상태를 살피며 예방주사를 접종하고 있다. 중구는 지난 8일부터 구제역 백신과 소독약품을 농가에 공급하는 등 구제역 예방을 위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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