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 ?
?
? ?
?

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甲子士禍(34)


폐비 사유(事由)라는, 인수대비의 언문서의 한역문(漢譯文)은 이런 내용이었다.

<왕비를 폐한다는 교서는 그 대략만을 말하였을 뿐 자세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조신들이 불가하다고 간하니 이에 대해 폐비한 사유를 자세히 밝히노라. 주상의 본래의 뜻이 어찌 우연히 생긴 것이겠는가. 부득이해서 윤씨를 폐출한 것이다. 만약 우연한 일로 폐비를 하려 하였다면 우리가 왜 구(救)하지 아니하였겠는가. 윤씨는 전부터 주상을 잘 받들지 아니하였다. 윤씨는 과덕(寡德)한 내가 한때 섭정(攝政)한 것을 보고 자기도 어린 왕을 두고 섭정할 마음이었다. 옛날 왕후가 정치한 고사(故事)에 대해서 흡족한 마음으로 이야기하곤 하였다. 자기는 조금만 어디가 아파도 '내가 죽지 않아서 장차 마음먹은 일을 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하고 신불(神佛)에게 기도하면서 주상이 병환이 나셨을 때는 조금도 마음을 쓰는 일이 없고 화계(花階)에 나가서 새 잡는 장난을 즐기기도 하였다. 어찌 이것이 지아비를 섬기는 도리이며 임금을 섬기는 도리이겠는가. 우리가 두려워한 것은 혹시 주상에게 병환이 있을 때 어선(御膳)에 몰래 독약이나 섞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예방하는 데 더 애쓰면서 항상 마음을 놓지 못하였다. 윤씨가 지나다니는 곳에는 어선을 두지 못하게 단속한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도 국모(國母)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본시는 보통 사람이다. 나라 사람이 우리를 존경하는 것은 주상 때문이 아니고 누구 때문이겠는가. 그런데도 윤씨는 주상을 경멸하여 발자국까지도 지워 버리고 싶다고 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윤씨는 지금 전날의 과오를 자인하면서도 개전한 빛이 없다. 윤씨가 죄가 가벼우면 자식이 없더라도 보전(保全)하려고 하였을 것인데 하물며 원자(元子)가 있음에랴! 윤씨는 날로 그 악이 커지고 조금도 기탄하는 바가 없다. 주상은 도량이 넓으셔서 매양 윤씨를 비호하시면서 개과천선하기를 고대하시었다. 우리는 비록 부덕하지만 윤씨에게 옛날 어진 왕후의 고사를 들어 간곡하게 타일러 주었으나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번에 폐비처분을 결단한 것은 다시 더 개전을 바랄 수 없는 데서 나온 것이다. 어떤 때 혹 시녀가 잘못이 있게 되면 '지금은 너를 죄주지 못하지만 장차는 너를 족멸(族滅)할 것이다'라고 한다 하니 왕비가 이 같은 포악한 마음으로 원자를 가르치게 내버려 두어야 하겠는가. 부왕(父王)이 재위(在位)할 적에 이런 사람을 제거해 버린 연후에야 원자를 바로 보육할 수 있지 않겠는가. 주상이 부득이해서 정승들에게 폐비할 뜻을 말씀하신 것이다. 어머니가 없는 원자는 가련하다. 그러나 주상의 근심을 덜어주고 우리들의 마음도 이제 편해졌다. 우리는 비록 이미 천신(薦新)한 물건이라도 차마 먼저 먹을 수가 없어서 다시 원묘(原廟)에 천신케 한 후에야 먹는데 윤씨는 우리가 간곡하게 타일러도 천신할 마음이 없어 모두 자기가 써 버리고 만다. 간혹 불의한 것이 있어 우리가 물어보면 '주상이 하라고 하였다'라고 변명하고 주상이 보시고 책망하시면 대비가 시킨 일이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 거짓됨이 이와 같았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