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한만희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

기찻길 또는 철도는 우리의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어려서 기찻길과 관련된 추억 하나 가지지 않은 분들은 없을 것이다. 수학여행을 가고, 서울구경도 가고, 또 대학 입학시험 보러 기차를 탔다. 필자의 경우 '대전발 영시 오십분'으로 유명한 대전에서 자랐으므로 더욱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1955년 이태리에서 그리고 1999년엔 일본에서 철도원이라는 같은 이름의 영화가 만들어져 히트를 친 것을 보면 기찻길이 주는 의미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비슷한 무게로 다가서는 것 아닌가 싶다. 지금은 자동차 여행이 무척 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기차여행이 주는 낭만에는 비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생각으로 기차를 올라타면 다소 실망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는 한다. 바로 기찻길 주변의 모습이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은 낭만이나 추억과는 잘 매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편의성만 강조한 철도역과 썰렁한 담벼락, 주변 풍경을 방해하는 정돈되지 않은 주택과 창고 등등. 거창한 구호를 외칠 것이 아니라 각자의 조그만 힘을 모아 우리 국민들, 그리고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외국인들을 위하여 만국공통의 낭만저장소인 기찻길과 그 주변을 아름답게 가꿀 수는 없을까.

이런 점에 공감해 우리나라 철도시설을 총괄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직원들과 필자가 속한 아름다운 주택포럼(아가포럼)은 철도 주변의 환경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기로 하고 그 첫 번째 봉사활동을 얼마 전 대전에서 가졌다. 우연히 그렇게 결정된 것이지만 유명한 가요의 배경이면서 또 철도와 관련된 양대 공공기관인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의 본사가 위치한 대전에서 시작했다는 점에서 작지만 큰 의미를 가진 활동이라고 자부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더 이상 약소국이라고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기 위해 온 국민이 밤낮으로 일을 해왔고, 그 결과 이제는 전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거론됨은 물론 다른 나라에 원조를 주는 위치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각종 인프라와 주택 등도 거의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라섰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짧은 기간 동안에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아름다움이나 조화로움 같은 추상적 가치는 등한시해온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국민이 편리하고 아늑한 집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이들 집들이 모인 도시는 왜 그렇게 삭막하게 느껴지는지.

집이나 건물의 내부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주변 건물이나 경치와 잘 어울리도록 신경을 쓸 때가 되었다고 본다. 집을 아름답게 그리고 주변과 잘 조화되게 짓거나 고치면 우리의 가정과 마을이 살아나고 나아가 우리 도시와 국토의 품격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물질적 부유함과 아울러 잘 정돈된 주택, 아름다운 국토로 정신적 풍요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각자의 조그만 노력을 모았으면 한다.

이와 같은 꿈에 한걸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바로 철도변 개선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전국에 걸쳐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관을 가장 먼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12월이라 날씨는 추웠지만 아름다운 우리 국토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나의 조그만 정성을 쏟았다는 점에서 마음이 한없이 훈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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