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진환 대전본사 정치팀장

대한민국에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등장, 곧바로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된 안철수 의원이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을 전격 탈당했다.

지난해 3월 2일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와 창당에 합의한지 652일,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식 출범한지 1년 8개월 만의 일이다.

안 의원은 지난 13일 탈당의 변을 통해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을 혁신하고 또 혁신해서, 지지자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정당, 국민이 믿고 정권을 맡길 수 있는 정당으로 바꾸라는 당원과 국민의 염원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대로 머물러 안주하려는 힘은 너무도 강하고 저의 능력이, 힘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면, 총선은 물론 정권교체의 희망은 없다"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을 기득권 세력으로 못 박았다.

안 의원은 "부패나 막말이나 갑질하는 사람, 내 생각은 항상 옳고 다른 사람은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사람, 수구보수적인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두고 여러 사람과 논의하고 있다"며 신당 창당 계획도 밝혔다.

안 의원의 탈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곧바로 대규모 탈당 도미노와 분당 등의 사태가 예상됐지만 정작 현실은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또 그동안 문재인 대표를 공격했던 새정치민주연합 내 비주류 의원들은 "안 의원의 탈당에 책임을 지고 문재인 대표가 퇴진해야 하며, 이후 통합 선거대책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모습만 되풀이하고 있다.

안 의원은 대한민국에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며, 등장한 정치 신인이다. 성공한 벤처기업가인 그는 각종 미디어매체를 통해 한국의 암울한 현실을 진단하고, 젊은 세대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듯 한 발언을 통해 새로운 정치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곧 이어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양보의 미덕을 보였고, 2012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대표에게 또 한차례 양보하면서 혼탁한 정치계에서조차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안 의원의 한계였다.

안 의원이 주장했던 새정치는 그가 공동대표로 재임하던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구현되지 못했고, 대전과 충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새정치에 대한 구체적 비전과 방향성을 알리지 못했다.

지역 언론인과의 만남에서도 그는 준비한 원고 이외에는 어떤 말 한마디도 못했고, 새정치가 어떤 정치를 지향하는지,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문재인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는 당내 비주류의 대변인 역할에만 충실했고, 사사건건 문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며, 새정치만 외쳤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새정치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구현하지 못한 채 탈당을 감행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명칭에 새정치를 제외한 다른 이름으로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안 의원의 새정치는 그가 새롭게 만들 신당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나오겠지만 그 형태나 방향성에 대해서는 크게 궁금하지는 않다.

정치는 입이 아닌 행동으로, 가식이 아닌 가슴으로, 사탕발림이 아닌 진정성으로 국민을 감동시키고,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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