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도 넘은 ‘유흥가 호객행위’ 단속현장 가보니
본보 지적에… 단속반 꾸려
현장적발·추궁하니 오리발
호객꾼에 범칙금만 배부
현장단속한계 제도개선해야

▲ 9일 밤 10시경 유흥가가 밀집된 유성호텔 앞 골목에서 일명 삐기로 보이는 한 청년(오른쪽 두번째)이 좋은곳이 있다며 지나는 취객들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속보>=“선생님 오늘 괜찮은 아가씨가 저희 가게에 많은데 잠시 설명해 드릴테니 듣고 가세요.”

지난 8일 오후 10시 대전 유성구 봉명동 유성호텔 앞 도로. 유흥가 골목 초입으로 들어서자마자 한 청년이 다가와 한 무리의 행인들에게 접근했다.

두꺼운 점퍼와 무전기를 어깨에 매단 것이 호객꾼의 풍미(?)가 물씬 풍겼다. 이 청년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자 또 다른 호객꾼이 다가와 “저희 가게가 물(?)이 끝내줍니다. 가시죠”라며 마치 줄을 서 경쟁을 하기도 했다.

이날 호객꾼들에게 시달림을 받는 행인들 가운데는 일반인으로 가장한 경찰 및 유성구청 단속반과 기자가 포함된 단속반도 섞여 있었다. 이날 단속은 최근 본보의 지적(12월 7일자 6면 보도)에 따라 진행된 것이다.

단속반은 한 호객꾼의 안내에 따라 업소를 방문해 봤다. 해당 업소에 들어서보니 어두운 조명 아래 노래방 형태의 모습을 띠며 3~4팀이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었다.

이 때 경찰은 “경찰입니다. 호객행위 단속중입니다”는 신원을 밝힌 뒤 현장을 휘저었다.

단속반은 업소 업주와 직원 등을 불러 호객행위와 성매매 알선 관련 추궁에 나섰지만 “해당 호객꾼은 우리 소속 직원이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결국 경찰은 호객꾼에게 기초질서 및 식품법위반 등으로 범칙금 5만원 스티커를 배부했다. 단속에 적발된 호객꾼은 대학생으로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일에 뛰어 들었다고 한다. 호객꾼은 “친구의 권유로 시작된 이 일이 그동안 문제라는 것을 잘 몰랐습니다”라며 “지금 너무 후회스럽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업주가 법률적으로 위반한 명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책임을 호객꾼들에게만 묻는다는 건 단속반의 한계로 지적된다. 결국 이러한 행위는 ‘범칙금 5만원’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상황으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해 보였다.

이후 다른 호객꾼을 살펴보기 위해 해당 업소를 나와 유흥가 골목으로 와보니 믿기 힘든 상황이 연출됐다. 노래방에서 한 차례 단속을 벌인 후 다시 나온 거리에선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200m 거리에 어림잡아 20여명 넘게 있던 호객꾼이 정체를 감췄기 때문이다.

심지어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단속반의 동태를 살피며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고 무전을 하는 사람도 목격됐다. 호객꾼들은 무전기까지 동원해 서로의 단속 상황을 공유하는 등 체계적이고 조직화된 수준의 모습을 보였다.

이는 현장단속에서 한계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셈이었다. 기자는 단속반과 함께 유흥가 일대를 2시간 가량 돌아 다녔지만, 호객꾼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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