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차량 도난 왜 터졌나

안일한 안전관리 앞에서 경비는 물샜고 경찰의 특별 방범령도 무용지물이었다.

22일 발생한 거액 현금 도난 사건은 현금수송 체계의 허점과 경찰 방범활동의 한계를 노출했다.

이날 수송을 맡은 한국금융안전㈜ 소속 백모(28)씨 등 직원 2명은 밀라노21에 설치된 현금자동지급기에 부족한 현금을 채우는 과정에서 차량을 비웠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교한 시나리오대로 움직인 범인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현금수송에 있어서 적어도 한 직원은 차량에 남아 현금을 '사수'해야 한다는 것이 현금수송업계의 기본적인 수칙이지만, 차량의 안전성을 과신한 업체는 내부규정대로 이동시 2인을 모두 투입했다.

그러다가 차량이 통째로 털렸다.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금융안전이 내세우는 '숙련된 직원들의 안전 확보'는 물 건너간 얘기다.

차량 관리에도 의심이 간다.

사건 직후 밀라노21측의 폐쇄회로TV 모니터를 분석한 결과, 현금수송차량이 도착한 것은 오전 8시26분, 직원들이 현금을 채우기 위해 하차한 시각이 1분 뒤이며 차량 탈취는 이보다 2분 가량 늦은 8시29분경이다.

도난당한 현금수송차량은 열쇠를 이용해 문을 열지 않을 경우 경보음이 울리도록 돼 있으나 도난 순간 차량 경보음은 울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2분이 채 안되는 시간내에 경보음을 울리지 않고 차량을 탈취했다면 복제된 열쇠를 범행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봄부터 최근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중구 태평동 모 카센터에서 차량 정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열흘전에는 컨트롤박스 이상으로 정비를 받았으며, 정비사로부터 문을 열 때 경보음이 발효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를 고쳤는지, 또 이 차량이 범행 대상이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금보관 금고의 시건장치도 불과 0.5mm로 손쉽게 절단할 수 있었다.

경찰의 설 전후 특별 방범령이 내려진 것은 지난 20일, 이틀 만에 코 앞에서 현금수송차량이 탈취를 당했다.

사건현장은 중부경찰서 은행동파출소로부터 불과 4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곳이다.

경찰과 금융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지난해 5월 경부고속도로 천안휴게소에서 발생한 현금 1억1000만원 도난사건과 매우 흡사하다"며 "당시 현금을 수송하던 직원 2명이 모두 자리를 비운 사이 수송차량의 유리를 깨고 현금을 훔쳐간 선례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이 근무체계를 개선하지 않아 화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이인회 ·?우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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