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손종학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코발트빛 하늘 아래로 단풍으로 곱게 물든 늦가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잠시나마 행복하게 하던 2015년 11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서 동시 다발적으로 테러가 발생했고, 약 132명이 사망했다. 국제 테러조직인 IS에 의하여 저질러진 만행이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내 머리 속의 눈은 빛보다 빨리 대서양을 건너 뉴욕과 워싱턴에 가있었다.

14년 전 이슬람 무장단체 알 카에다에 의하여 자행된 세계 최강국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에 벌어진 항공기 자살 테러 사건인 9·11테러 말이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본토 공격을 당한 것은 물론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 2330명보다 더 많은 3130명이 사망한 초대형 사건, 미국 안보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고, '미국의 역사는 9·11 테러 전후로 나뉘게 되었다'는 역사적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9·11테러 바로 그 사건에 내 눈은 멈추었다. 그 후 14년이 지나 발생한 파리 테러 사건으로 대서양 반대쪽 유럽의 심장 파리는 테러의 공포로 얼어붙었다. 아니 유럽이, 그리고 세계 문명국의 숨결이 멈추었다.

무고한 시민에게 믿는 종교가 기독교인지, 이슬람교인지 여부만을 묻고는 단지 이슬람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바로 총살하는 TV 화면 속의 끔직한 테러 장면, IS가 향후 테러 대상국으로 협박한 61개 국가의 국기들 속에 우리 태극기가 선명하게 들어간 동영상, 지난 1월 시리아로 밀입국해 IS에 가담한 후 지금은 생존 여부조차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는 18살 김모 군의 모습이 서로 오버랩 되면서 이제 태평양 한족에 위치한 우리 대한민국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님을직감적으로 느낀 것은 과연 공연한 과민함에서 오는 필자만의 느낌일까? 우리는 이미 세계 10대 무역국이자 다문화, 다종교, 다인종 사회가 아니던가?

우리 사회에서도 9·11테러 이후 테러방지법의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지금 19대 국회만 하더라도 테러방지법 등 수건의 법안이 상정돼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여전히 국회 정보위에서 잠들고 있을 뿐이다. 야당 의원들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위 법률안들이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나 권한남용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으며, 여당 의원들조차 이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한다.

대통령을 포함한 국회의원과 위정자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 아니 우리 국민은 이런 일 하라고 이들에게 막중한 국가권력을 위임한 것이 아니던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보호야 말로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아갈 길이 아니던가? 이제 야당은 막연히 테러방지법안들이 인권침해나 정보기관의 권한 남용이 있을 수 있다는 추상적인 반대에서 벗어나 이를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등에 관하여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야 하고 구체적인 입장을 내어 놓아야 한다. 최근 열린 여야 협상에서 이번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은 진일보한 모습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적어도 10일부터 열릴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해야한다. 정치권은 만일 이번에도 테러방지법안들이 처리되지 않고 그대로 폐기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역대 가장 무기력한 국회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19대 국회가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이고, 곧 다가올 2O대 총선에서 무슨 얼굴로 표를 달라고 할 것인지 깊이 되새겨 볼 일이다. 시민의 냉엄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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