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42)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은 1일 삼성물산 패션부문(구 제일모직) 입사 13년 만에 패션부문장(사장)에 오르며 패션부문 '원톱'을 굳혔다.

오빠인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를, 언니인 이부진 사장이 호텔을 맡는 삼성가 경영 구도에서 이 사장은 패션 부문장을 맡게 되며 삼성그룹 내 2세 경영라인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게 된 셈이다.

이 사장은 서울예고와 세계 3대 패션스쿨인 미국 파슨스디자인학교를 졸업한 후 2002년부터 패션연구소 부장직으로 제일모직에서 일해왔다.

어렸을 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제일모직 입사 후 디자이너 정구호 씨의 '구호'와 정욱준 씨의 '준지'를 잇따라 영입하며 토종 상표를 외국 명품 못지 않게 고급화하는데 성공했다.

이 외에도 중저가 이미지가 강했던 빈폴을 삼성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고급 상표로 키워냈다.

이 사장은 지난 2012년에는 제조·유통 일괄형 상표(SPA)인 에잇세컨즈를 출시, 유니클로와 H&M 등 외국제 일색이던 SPA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제가 오랜 침체를 겪으며 패션시장 전체가 불황에 빠져들면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3분기 2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2년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의 윤주화 사장까지 영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은 모양새다.

이번 인사는 이 사장이 전면에 나서 다시 한번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전성기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신권식 삼성물산 패션부문 상무는 "보통 힘든 시기에는 직접 뛰어들지 않는 것이 오너가의 관행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의미에서 배수진을 친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니클로와 같은 해외 브랜드에 빗장이 열린 시장에서 저희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왔고 이 사장이 패션 전문가로서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라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내년 에잇세컨즈를 중국에 진출, 현재 세계 패션계의 최신 경향인 SPA 시장에서 유니클로와 H&M 등의 강자와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ohyes@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