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법학과 김건우 씨]
어렵던 집안형편 법조인 꿈꿔
교수·선배지원으로 공부 매진
4전5기 합격… 원동력은 가족
“반드시 도움되는 삶 살겠다”

"혼자 해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 했습니다"

2015년도 제57회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한 충남대 법학과 김건우(29·사진) 씨는 합격의 기쁨에 앞서 가족과 은사, 선·후배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김 씨에게 사법시험 합격은 단순한 ‘합격’의 의미를 뛰어 넘어 역경과 고난의 순간을 이겨낸 증표와도 같다.

유년 시절부터 김 씨의 가정형편은 넉넉지 않았고 아버지의 사업 부도와 잘못된 보증책임 등이 겹치며 집안은 급격히 기울었다. 당시 김 씨는 학교에서 쌀을 지원도 받는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어린마음에 가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씨는 '우리 가족이 빌린 돈이 아닌데 왜 우리가 갚아야 할까'라는 의문점으로 시작해 법으로부터 소외된 느낌을 받았고 법조인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자신과 가족을 힘들게 한 고난이 오히려 동기부여가 된 셈이다.

2006년 4년 전액 장학생으로 충남대 법과대학에 입학한 김 씨는 그 곳에서 만난 교수와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어렵게 고시에 대한 꿈을 이어갔다.

김 씨는 "당시 지도교수였던 손종학 교수님께서 '건우야, 너는 사법시험 준비 해봐도 되겠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처음으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부터 확인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이후 확신을 갖고 사법시험 응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고시 공부에만 매진하기 힘든 김 씨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김소영, 최인호 교수도 월 20만~30만원 가량의 생활비를 1년 넘게 지속적으로 지원해줬다.

또 김소영 교수의 소개로 알게 된 충남대 법과대학 재경동문회 김난현 회장은 김 씨가 서울에서 홀로 공부할 때 설날 자택에 초대해 떡국을 먹이고, 추석에는 갈비를 재워와 공부방에 주고 가는 등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다.

그러나 사법시험 2차 합격의 문턱을 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4번을 낙방하며 병역의무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김 씨는 취업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면서 고시를 포기하기 직전까지 추락했다. 그는 "여동생이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오빠가 이렇게 포기하면 세상에 대한 원망만 남을 것 같다.

내가 지원해서 오빠가 법조인의 꿈을 이루면 운명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느냐'고 설득해 다시 힘을 얻었다"면서 "밥 먹고 운동하는 시간 빼고는 하루 12시간 씩 정말 피눈물 나게 공부했다. 사실 공부라는 게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외로움이 가장 힘들었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합격의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가족이다. 합격 발표에 부모님께서 많이 우셨다. 부모님을 마음 깊이 존경한다"고 말했다.

현재 김 씨는 사법연수원 예비과정을 준비 중이며 앞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법조인이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김 씨는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힘을 내게 도와준 많은 분들을 생각하며 법조인으로서 이 사회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다”면서 “앞으로 나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작게 나마 위안을 받고 내가 작은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kka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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