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동차 타이어는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이다. 차량 외부와 유일하게 접촉하는 부분인 타이어가 갑자기 펑크 나거나 주저 않으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자동차 도로주행 시험장에서 나온 폐타이어가 약간의 손질을 거쳐 새 제품으로 둔갑해 시중에 유통됐다고 한다. 폐기처분해야 할 시험용 타이어가 버젓이 판매된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런 영문도 모른 채 비싼 값을 지불하고 타이어를 교체했을 터다.

폐타이어를 판매점에 공급한 폐기물재활용업자와 이를 넘겨받아 이월상품이라고 속여 판매한 업자들이 충남 아산경찰서에 붙잡히면서 타이어 불법 유통의 전모가 드러났다. 폐타이어가 새 제품으로 판매되는 과정은 비교적 간단했다. 폐기물재활용업자가 완성차업체의 연구소에서 폐타이어를 수집해 재활용하지 않고 타이어판매점 업자에게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폐타이어를 사들인 타이어판매점 업자는 폐기처분해야 할 타이어를 수리한 뒤 새 제품인 양 판매했다.

완성차업체 연구소에서는 시험용으로 사용한 타이어가 시중에 유통되지 못하도록 타이어의 측면을 1㎝가량 절개해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타이어판매점 업자는 절개된 부분을 표시나지 않게 때워 이월상품으로 둔갑시켰다. 타이어에 표시된 '연구·시험용'이라는 문구는 시너로 감쪽같이 지웠다고 한다. 전문가들조차 새 제품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니 일반 소비자들이 알아채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고속주행과 급제동 등 극한 시험을 거친 타이어는 수명이 단축돼 전량 폐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 폐기물처리업체에서 빼돌린 타이어가 8000개나 넘는다니 얼마나 많은 양이 시중에 유통됐을지 알 수 없다.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행여 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책임소재를 가리기란 쉽지 않다. 타이어 불법 유통이 이번에 적발된 한 곳 뿐인지 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한 시험용 타이어가 더 이상 유통되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완성차업체가 시험용으로 사용한 타이어를 폐기처분 시 10㎝이상 가능한 넓게 절개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업자들이 절개 부분을 때울 수가 없다. 지금처럼 1㎝가량만 절개하면 언제 다시 불법 유통이 고개를 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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