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요즘 출판기념회가 전국 곳곳에서 봇물을 이룬다. '독안의 얼음을 보고도 온 세상의 추위를 안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림이 없다. 바야흐로 선거철이 임박했다는 신호다. 내년 4·13 총선을 4개월 남짓 앞두고 있는 터라 정치인들의 행보가 사뭇 빨라진다. 출마 예정자들이 선거 90일전부터는 출판기념회를 할 수 없다. 연말까지 출판기념회 러시를 이루는 이유다.

올해는 별탈이 없으려나 했더니만 기어이 사달이 나고야 말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이 지난 10월 30일 청주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 후 국회의원 사무실에 출판사의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해 놓고 시집을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의원실이 사업장이 아닌 만큼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상태다.

노 의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인 까닭에 소관 업무상 관련 공기업 및 그 산하기관에 대한 책 강매 아니면 보험성 책 판매의 성격이 짙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 의원 측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 피감기관의 책 구입대금을 모두 반환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파장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노 의원은 자진해서 당무감사를 청구했다고 한다. 선후 본말을 보건대 부적절한 처신으로 비쳐지기에 충분하다.

물론 출판기념회가 종전보다는 보다 투명해진 게 사실이다. 출판기념회가 그간 음성적인 정치자금 확보의 통로로 숱한 말썽을 빚으면서부터다. 책 판매 가격이 금일봉으로 두루뭉술하게 포장되던 때는 옛말이고, 이제는 정가 판매로 정착되는 추세이다. 문제는 바로 출판기념회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과 주최 측인 정치인의 시각차가 너무 크다는 데 있다. 아직도 일부 국회의원은 물론 지자체 장, 교육감 등 선출직의 경우 관행적 수준을 들어 안이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 어디서 이와 유사한 일이 터질지 모른다.

야야 모두 그토록 출판기념회 규제 법안을 발의해놓고선 손 놓고 있는 속셈이 석연치 않다. 아무리 출판기념회를 '북 콘서트'로 이름만 변경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 실질이 바뀌지 않는다면 정치자금 모금 및 집행 과정의 투명성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왕에 이 사안이 사회적 의제로 부각된 이상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관련 법안을 다뤄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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