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신입원아 추첨에 문전성시, 당첨자와 탈락자 간 희비교차
치열한 경쟁에 사전추첨 진행, 경쟁률에 놀라 미리 포기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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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대전 유성구 문지유치원에서 실시된 원아추첨에서 한 학부모가 입학이 확정되자 환하게 웃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우리 외손주 유치원 보내려고 왔는데 빨간공 못 뽑으면 어떡하나 걱정이에요.”

1일 오후 3시경 내년도 신입원아 추첨을 앞둔 대전문지유치원(공립 단설) 대강당 안에는 엄마아빠를 대신해 손자의 입학 추첨을 온 할아버지부터 갓난아기를 업고 온 학부모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날 3세반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36명의 학부모들이 지원했지만 합격할 수 있는 자리는 14자리뿐이었다. 경쟁이 치열한만큼 추첨을 위한 준비상황도 남달랐다.

본 추첨이 진행되기 전 별도로 추첨순서를 가리기 위한 사전추첨이 진행됐으며, 추첨진행위원도 현장에서 학부모 대표로 새롭게 구성됐다.

학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추첨순서대로 단상으로 나간 학부모들은 이내 나온 공의 색깔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추첨기계는 먼저 화살표 반대방향으로 두어 바퀴 돌리면 공이 섞이고 다시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공 한 개가 뚝 떨어지는 식이다.

첫번째 학부모부터 빨간색 당첨공을 뽑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시간이 갈수록 탈락자들도 속속들이 등장했다. 초반에는 당첨된 학부모들을 향한 박수소리도 조금씩 들렸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강당 안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가장 마지막 추첨순서를 가진 학부모는 앞서 나온 당첨자의 수를 수첩에 하나씩 기록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당첨공 14개 중 13번째 공이 추첨순서 30번째 학부모에게 돌아갔는데, 이후 마지막 공 하나가 얼굴을 비출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우다가 결국 마지막 당첨자 바로 앞 순위 학부모가 행운을 거머쥐었다.

이날 추첨공조차 만져보지 못한 마지막 학부모 강두희(63) 씨는 “당첨 기회가 두 명 앞으로 오면서 기대를 했더니 하늘이 운명의 장난을 친 것 같다”며 “전화를 안하면 집에서도 (당첨이) 안된 줄 알지 않겠느냐”며 씁쓸해했다.

같은 기간 원아를 모집한 공립단설 유치원인 원신흥유치원은 만3세반 21명 모집에 103명 지원(경쟁률 5대 1), 노은누리유치원도 3세반 30명 모집에 114명 지원(3.8대 1), 5세반 2명 모집에 34명 지원(17대 1), 갈마유치원은 3세반 30명 모집에 90명이 지원(3대 1) 등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역유치원 관계자는 “경쟁률에 놀라 미리 포기해버리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며 “매년 이맘때쯤이면 대학입시를 방불케하는 입학전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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