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청 스스로 잘못인정 이례
시공사·감리사 책임 묻지않아
감리 맡은 지역업체 메이저급
충북 퇴직공무원 10여명 근무

통합정수장 현대화 사업 공기 연장을 놓고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가 시공사와 감리사에 책임을 묻지 않아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관피아’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합정수장 현대화 사업은 1240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으로 애초 오는 12일이 준공 예정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8월 대규모 단수 사태를 비롯해 철근 반입지연, 임금체불에 의한 농성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준공일까지 공기를 맞출 수 없게 되자,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는 공기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는 공기 연장의 책임이 상수도사업본부에 있다는 이례적인 입장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달 29일 상수도사업본부를 대상으로 진행된 청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불거졌다.

김용규 청주시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장소장이 실제 철근은 확인하지 않고 보관증만 본 상태에서 인수증에 서명한 것은 굉장히 큰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며 “공기를 연장해주면서 귀책사유를 묻지도 않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이어 “시공사의 엄연한 책임이 있는데 왜 시가 스스로 모든 책임을 떠안으려 하냐”며 “상수도사업본부가 스스로 나서 시공사와 감리사를 비호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병욱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 시설과장은 “현장소장이 인수증을 잘 못 써준 문제가 있지만 공사 감독자의 책임도 있었다”며 “청주시의 소홀함이 있었기 때문에 공기를 연장해주려 한다”고 스스로 책임을 인정했다.

어떤 사업에 있어서 발주청 스스로 잘못이 있다고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가 시공사와 감리사에 책임을 묻지 않으려 하는 배경에 대해 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수도사업본부가 지난 8월 발생한 단수사태에 대한 배상 책임을 대한상사중재원에 의뢰하기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거부하던 시공사와 감리사를 설득하기 위해 공기연장과 ‘딜’을 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이와 함께 관련 업계에서는 감리사에 소속된 퇴직 공무원, 즉 ‘관피아’의 역할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번 사업의 감리사는 경기도 업체와 지역업체가 공동으로 맡고 있다.

이 중 지역업체는 전국적으로도 ‘메이저’급에 속하는 업체로 기술직을 중심으로 충북도와 청주시 등 자치단체에서 퇴직한 공무원 1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 출신 중는 기술직 서기관을 역임한 A 씨가 본사에, 6급 팀장을 거친 B 씨가 자회사에 소속돼 있다.

관렵 업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임원은 “오랜 기간 관련 업계에서 근무했지만 발주청이 스스로 책임이 있다며 자발적으로 공기를 연장해주려 하는 모습은 처음 본 것 같다”며 “규모가 작은 용역사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책임을 물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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