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시인 옥빈 '그대 가슴까지 …'출간

"시를 쓰는 즐거움이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일생을 기계를 만지며 산 평범한 생활인 옥빈(40·본명 장영옥)씨가 첫 시집 '그대 가슴까지 붉게 물들이겠어요'를 출간했다.

지난 93년 문학잡지 '문학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오른 옥씨는 대전 대화공단에서 콤프레사를 조립하는 상점을 운영하는 그저 평범한 옆집 아저씨지만 일상에서 쉽게 놓쳐 버릴 만한 사소한 것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놀라운 시적감각을 지닌 시인이다.20여년 동안 기계를 깎고, 닦고, 조이는 일을 해 온 옥씨는 기계적인 동작이 습관화됐을 법도 하지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지루해하는 단순 반복작업에 숨겨진 의미를 부여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전해 주고 있다.

'볼트와 너트/ 이 세상에 어찌 이처럼 아름다운/ 완성된 짝이 있으랴// 산과 골/ 그 깊지 않은 깊이로/ 흐르는 사랑// 세상의 모든 만남을 위하여 준비된/ 아름다운 힘은/ 사랑이다.(업무일지3 전문)

노동 현장에서 늘 만날 수 있는 작은 볼트나 너트에서도 사랑을 만들어 내는 옥씨는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어느 순간 볼트와 너트를 조이면 손으로 풀 수 없을 만큼 강한 힘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처럼 우리 주의에 널려 있는 작고 보잘것 없는 것들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논산에서 출생해 충남기계공고를 졸업한 후 거제도 대우조선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1986년 '섬시' 창단 발기인으로 참가하면서 시를 쓰게 된 옥씨는 경기도 용인으로 거처와 직장을 옮긴 후 '서정 3세대' 동인회를 창단하다가 90년대 말부터 대전권으로 옮겨와 생활했다.

현재 유성에서 생활하며 한국문인협회 대전지회 회원과 사단법인 문학사랑협의회의 회원으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옥씨는 지난해 한국생활문학상 작품상과 문학사랑(www.lito77.co.kr)에서 주최한 제4회 인터넷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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