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외시

[박일규 서예이야기]〈여의고 기운 없이 초라한 모습〉

전국시대(戰國時代), 연(燕)이 제(齊)에 격파돼 그 영토의 태반이 제의 지배 아래 있을 당시, 연의 소왕(昭王)은 왕위에 오르자 전심전력 국위 선양과 실지 회복에 힘쓰면서 특히 인재(人才)와 이재(異才)를 구하는 데 노력했다. 어느 날 소왕이 재상 곽외에게 나라를 일으키는데 충분한 인재는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겠느냐고 묻자, 관외는 이렇게 대답했다.

“옛날 어느 군공(君公)이 천금을 내걸고 천리마(千里馬)를 구하려 했지만, 3년이 넘도록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한 연인(涓人-궁중의 연락이나 청소를 하는 자)이 ‘제게 명령해 주십시요’라며 자원했습니다. 그 사나이는 3개월쯤 걸려 천리마가 있는 곳을 알아내 찾아갔지만, 도착하기 직전 말이 죽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사나이는 무슨 영문에서인지 죽은 말의 뼈를 5백금에 사서 돌아왔습니다. 이에 군공(君公)은 크게 노하여 ‘내가 바라는 것은 산 말이다! 죽은 말을 5백금이나 주며 누가 사오라고 했는가’라고 소리치자, 그 사나이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천리마라면 죽었더라도 5백금으로 사겠다고 하였으니, 산 말이라면 얼마나 많은 돈을 줄 것인가라고 사람들은 생각할 것입니다. 머지 않아 반드시 라바는 말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후 얼마되지 않아 세사람이나 천리마를 끌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지금 왕께서 진정한 현재를 구하시는 것이라면 우선 저에게 스승의 대접을 취하십시요.(선종외시)” 목적을 위해 베풀면 곧 원하는 일들이 해결된다.

<국전서예초대작가·前대전둔산초 교장 청곡 박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