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연예계에서는 영화 '내부자들'에서의 좋은 연기로 평가받은 배우 이병헌(45)과 수면유도제 무단 반복 투약으로 강제 출국을 당하게 된 방송인 에이미(33·본명 이윤지)의 명암이 엇갈렸다.

'내부자들'에서 정치 깡패 역을 맡은 이병헌은 자신을 폐인으로 만든 이들에게 복수하는 어두운 캐릭터의 이면에 능청스럽고 허술한 모습을 덧입힌 연기와 애드리브로 호평을 받고 있다.

반면, 처방전이 필요한 졸피뎀을 무단으로 반복 투약해 벌금형을 받은 에이미는 출국명령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하면서 한국을 떠나게 됐다.

◇ 위(↑) - 청불영화 최단기 200만명 돌파 견인한 이병헌

지난해 말 20대 여성 두 명이 기혼자인 이병헌의 부적절한 행동과 언사를 공개하겠다며 그에게 50억원을 달라고 협박한 사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그는 사법적인 차원에서 피해자였지만, 도덕적인 차원에서 대중으로부터 따가운 질책과 비판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이병헌이 고려 말 천민 출신의 권력자 역을 맡은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은 애초 예정일보다 한참 늦은 지난 8월에 개봉했다.

당시 영화 개봉 전에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병헌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영화는 관객 수가 43만여명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내부자들'도 애초 올해 상반기 개봉 예정이었지만, 그 시기가 11월로 미뤄졌다.

이병헌은 여전히 영화의 흥행 여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자신의 과거를 연기적인 노력으로 극복하려고 애썼다.

그는 캐릭터의 완성도를 위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자신의 역대 출연작 가운데 가장 많은 애드리브를 구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가령,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화장실 세트 외부를 벽이 아닌 통유리로 바꾸자고 제안했고, "몰디브에 가서 모히토나 한잔하자"라는 대사를 "모히토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하자"로 바꿔 애드리브해 관객의 배꼽을 잡게 한다.

사회 비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이 영화는 자칫 어두운 분위기 일변도로 흘러갈 수 있었지만, 이병헌의 능청스럽고 허술한 연기가 적절히 버무려지면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영화 가운데 최단기간 관객 200만명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19일 개봉한 이래 27일까지 줄곧 매출액 점유율 50∼60%대를 유지하며 극장가를 독주하고 있다. 누적 관객 수는 270만명에 이르렀다.

이병헌의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의 손석우 대표는 "영화 흥행 하나로 하루아침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병헌 자신도 꾸준히 연기하고 오랜 기간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대중의 시선과 인식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아래(↓) - 출국명령 취소소송 패소해 한국 떠나는 에이미

에이미는 2012년 프로포폴 투약 사실이 적발돼 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미국 국적인 에이미는 재외동포 체류자격으로 국내에 머물며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시 출입국 당국은 에이미에게 '법을 다시 어기면 강제출국을 당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준법서약서를 두 차례 받고 체류를 허가했다. 외국인이 마약 등의 범죄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강제출국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에이미는 집행유예 기간이던 지난해 9월 또다시 수면유도제 졸피뎀을 퀵서비스로 받아 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출입국 당국은 다시 범죄를 저지른 에이미에게 올해 3월27일까지 출국하라고 통보했으나 에이미는 불복하고 소송을 냈다.

미국으로 돌아가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 소송 제기의 이유였다.

1심은 "출입국관리법이 정한 '감염병 환자, 마약류 중독자, 그 밖에 공중위생상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해당한다"며 출국명령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서울고법 행정6부는 지난 25일 에이미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출국명령 처분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도 원고 항소를 기각했다.

결국, 에이미는 상고를 포기하고 한국을 떠나기로 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2개월 안에 한국을 떠나야 한다"며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길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심경을 토로했다.redfla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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