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때 3만5천볼트·60%때 1500볼트 '찌릿'

겨울철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난꾸러기 불청객이 있다. 바로 정전기(靜電氣)다.

정전기란 전기가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이동하지 않고, 말 그대로 물체 위에 정지하고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한 물체가 다른 물체와의 접촉에서 이탈하는 순간 둘 사이의 전기적 균형이 깨지면서 '양전하'나 '음전하'를 띠게 되고, 이때 축적된 전하는 어느 순간 주위로 방전을 일으킨다. 즉 이 방전으로 우리 몸은 순간적인 전기충격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겨울철에 정전기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낮은 습도 때문이다. 습도가 60% 이상 되는 여름철엔 정전기가 대부분 공기 중의 수분으로 빠져나가는 반면, 습도가 30∼40% 미만인 건조한 겨울철엔 정전기가 공기 중에 흡수되지 못하고 물체 위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습도가 10∼20%인 날에 사람이 카펫 위를 걸으면 약 3만5000볼트의 정전기가 발생하지만 습도가 60∼90% 이상일 때는 1500볼트의 정전기가 발생한다. 그러나 정전기는 전압이 높아도 전류가 없기 때문에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또 정전기를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젊은 사람보다는 피부가 건조한 노인들이, 남성보다는 여성이 정전기의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의 경우 4000볼트 이상 돼야 정전기를 느끼는 반면, 여성은 2500볼트만 돼도 느낄 수 있다. 이 외에 뚱뚱한 사람보다는 마른 사람이 정전기를 심하게 느끼고, 몸이 습하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비교적 정전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

특히 이러한 정전기는 피부질환이 있는 사람일수록 주의해야 하는데, 수만 볼트의 전압으로 인해 피부염증이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전기 예방법

1. 실내습도를 높게 해 준다.

실내에 가습기를 틀어 놓거나 젖은 빨래를 널어 놓도록 한다. 거실에 화분이나 수족관, 미니 분수대를 만들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난방기를 가동, 실내온도를 지나치게 높이는 것은 대기를 건조하게 만들어 정전기 발생을 조장하므로 실내 온도를 섭씨 20도 내외로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2. 손을 자주 씻고 보습제 등을 발라 촉촉함을 유지한다.

손을 씻은 뒤 물기가 마르기 전에 로션이나 스킨, 기타 보습제 등을 자주 발라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한다.

3. 머리의 물기가 다 마르기 전에 옷을 입는다.

정전기는 피부나 모발 손상의 원인이므로 건강한 모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전기 예방이 필수적이다. 샴푸 뒤에 린스를 써 주고 모발 영양제나 트리트먼트, 무스나 헤어로션 등으로 촉촉하게 해 주는 것도 좋다. 또 머리의 물기가 마르기 전에 옷을 입어 정전기를 방지한다.

4. 빗의 선택에 있어 신중을 기한다.

손잡이가 플라스틱이나 금속이 아닌 고무나 나무로 만들어진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으며, 나일론이나 플라스틱 빗을 사용할 때는 물을 축이거나 헤어오일을 발라서 사용한다.

5. 천연섬유나 순면 소재의 옷을 입는다.

합성섬유 제품, 양털이나 실크 제품 등은 정전기가 잘 발생한다. 더욱이 이런 소재의 옷을 겹쳐 입으면 정전기가 더욱 잘 발생하므로 가급적이면 천연 소재나 순면 제품을 입는 것이 좋다. 정전기가 심하게 일어나는 옷은 목욕탕이나 세면대에 걸어 뒀다가 입으면 적당히 습기가 배어 정전기를 막을 수 있다. 옷장에 보관할 때에도 정전기가 잘 발생하는 제품은 나란히 겹쳐서 보관하기보다는 순면 소재의 옷을 사이에 끼우거나 옷을 띄엄띄엄 걸면 도움이 된다.

6. 정전기 방지 기능의 스프레이나 신발도 도움이 된다.

옷에 정전기 방지용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여성의 경우 다리에 로션을 바르고 스타킹이나 스커트를 입으면 정전기를 줄일 수 있다. 실내에서는 바닥이 가죽으로 된 실내화를 신으면 도움이 된다.

7. 열쇠 등을 물체에 살짝 건드려 미리 방전해 준다.

금속성 물체를 만지거나 자동차 문을 열 때에는 미리 열쇠로 툭툭 건드려서 정전기를 흘려보내도록 한다.

8. 차에서 내릴 때.

차에서 내리기 전에 차문의 금속 부분이나 자동차 유리를 한쪽 손으로 잡고 발을 내디디면 옷과 시트 커버가 마찰하면서 생기는 정전기를 서서히 흘려보내는 효과가 있어 한꺼번에 큰 정전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9. 정전기 방지용 제품도 도움이 된다.

요즘에는 정전기 방지 매트, 정전기 방지 옷감 등 많은 정전기 방지용 제품이 시판되고 있으며 2000년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도 정전기 차단물질로 실용화돼 한몫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움말 주신분-유준영 대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송정구 대전선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 전문가 600자 고언

송정구 박사

"정전기 발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없다.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하고, 체질적으로 피부가 건조한 사람은 보습제 등을 온몸에 충분히 발라주면 도움이 된다. 실내에서는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높여 주고 손을 자주 씻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만약 외출 중에 스커트나 바지가 몸에 달라붙거나 말려 올라가면 임시방편으로 로션이나 크림을 다리나 스타킹에 발라 주면 정전기를 없앨 수 있다."

유준영 교수

"정전기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비교적 여성이 더 민감하게 느끼고 그 외에 마른 사람, 피부가 건조한 노인 등에서 더 잘 발생한다. 또한 피부질환이 있는 사람은 정전기를 더욱 주의해야 하는데, 수천에서 수만 볼트까지 이르는 전압으로 인해 피부질환이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정전기는 높은 전압에 비해 전류가 거의 흐르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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