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자문위원칼럼]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박근혜정부는 2013년 7월 18일 전문대학 육성 방안, 그해 8월 13일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 시안, 같은해 11월 4일 지방대학 육성 방안을 발표했고, 지난해 1월 28일과 같은해 2월 5일, 같은달 20일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과 대학 특성화 사업 시행 계획, 전문대학 육성 사업 시행계획을 각각 발표했다. 이러한 방안과 계획에는 우리나라의 대학을 육성·발전시키겠다는 박근혜정부 나름의 의지를 담고 있다. 더욱이 전문대학 육성 방안은 학벌중심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능력중심사회 실현을 목표로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표된 정책들의 세부 내용을 보면 당초의 의지나 문제 인식과 달리 우리나라 대학과 사회의 근본 과제인 대학 서열과 학벌위주 사회문화를 타파하면서 파괴된 대학 정체성을 살리고, 기초학문은 물론 직업교육을 제대로 세울 수 있는 내용을 찾아 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대학 수와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정책기조에 근거해 다양한 재정지원사업을 시행하면서 학생 정원을 줄이고, 대학을 등급으로 나눠 정원감축 비율을 정하고 재정지원을 차등하는 정책들을 펴고 있다. 대학 서열화를 더욱 부추기고 대학별 정체성과 무관한 재정사업을 시행해 대학 정체성을 더욱 파괴하고 있다.

이제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일반 대학과 전문 대학으로 서열화돼 있는 대학 서열화 체제를 타파하고, 이를 위한 대학의 정체성 확보 정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대학 정체성 확보는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각 대학의 목적을 지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고등교육법 제28조에는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동법 제47조에는 ‘전문대학은 사회 각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재능을 연마해 국가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 직업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일반대학은 연구인력양성 등 고등교육기관으로써, 그리고 전문대학은 산업인력양성 등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써 그 정체성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각 대학의 목적에 부합한 평가지표를 만들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평가에 적용해야 한다. 특히 일반대학에게 전문대학과 같은 직업교육을 강조하지 말아야 한다. 일반대학이 전문대학의 ‘취업위주 인기과’를 본뜬 학과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학과심의 기구’를 둬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에 설치하는 학과를 사전에 심의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재정지원 사업도 대학별 정체성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일반대학은 학문과 연구중심적인 사업을 하고, 전문대학은 산·학협력, 평생직업교육, 취업교육관련 사업 등을 중심으로 해야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교육부가 산업수요에 맞춘 인력양성을 위해 일반 대학에게 제시한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육성 사업(PRIME)’이나 평생교육 단과대학 개설은 일반대학에게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재검토 돼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소위 무늬만 일반대학인 정체성 상실 일반대학을 양산하면서 학문과 고등직업교육 모두의 발전을 저해했음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산업구조와 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전문대학의 수업연한이 다양화되는 상황에서 대학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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