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노진호 교육문화팀 차장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은 지금 산소호흡기를 단 채 강등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11위 부산을 끌어내리고 승강 플레이오프의 기회를 잡을 ‘산술적인 희망’은 남았지만, 그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있는 확률과도 같다.

시티즌은 지난 시즌 후 대표이사 인선을 둘러싼 잡음과 올 시즌 초 내부 갈등, 시즌 중 감독 교체 등 시민구단이 보여줄 수 있는 ‘안 좋은 모습’은 거의 다 보여줬다. 하지만 2부리그 강등 여부와 관계없이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의 축구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되고 또 그래야만 한다.

시티즌의 성적이 시즌 내내 순위표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며, 자연스레 최문식 감독의 거취 문제도 거론되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최 감독에게 기회를 더 줘야 한다.

지난 5월 28일 조진호 감독에 이어 시티즌의 아홉 번째 수장이 된 최 감독은 여름이적시장에서 선수단을 전면 재개편하는 등 팀 색깔을 바꾸기 위해 애썼다.

물론 그의 노력은 현재까지 실패에 가깝지만 분명 시티즌의 축구는 달라지고 있으며, 최 감독의 말처럼 그에게는 ‘시간과 스쿼드’가 더 필요하다.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에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컵을 선물한 후 지난달 초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감독으로 취임한 위르겐 클롭도 마인츠에서 강등을 경험한 바 있고, 이전 팀인 도르트문트에서도 지난 시즌 전반기 강등권으로 추락했지만 후반기 재도약했다 .

다시 말하지만, 최문식 감독에게도 시간을 더 줘야 한다.

화제를 바꿔, 지난 35라운드 부산전 승리 후 시티즌에 있었던 일이다. 시티즌의 승리수당 지급 방식은 해당 경기 출전 시간이 기준인데, 부산전 당시 100% 지급에 몇 분 못 미치는 선수가 몇 있었다고 한다. 경기 후 주장인 김병석 선수가 구단 프런트에 이 선수들에게 100% 지급을 요청했고, 이후 대표이사의 승낙에도 불구하고 대전시에서 파견한 본부장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얘기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기는 힘들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해당 본부장은 “규정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던데, 본부장 본인이 규정에 맞는지 의문이다.

올해 초 감사원은 인천시가 인천유나이티드에 공무원을 파견해 온 관행을 두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인천시는 시장이 당연직 구단주를 맡고 있고, 재정난을 겪는 시민구단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직접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점 그리고 시의 예산이 지원되는 상황에서 관리·감독의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변명으로 내놓았다.

대전시 역시 비슷한 입장이지만, 인천이 부적절하다면 대전도 부적절한 것이 이치일 것 같다.

물론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투명한 구단 운영은 필수지만, 지금의 본부장 제도는 모 프로야구 구단에서 선수들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CCTV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대전시는 시민구단 시티즌을 지원해야 하지만, 그 감시는 최소한의 기능만을 남기고 구단의 진짜 주인인 시민들에게 맡겨야 한다. 대전시가 계속해서 시티즌을 좌지우지한다면, 시티즌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을 것이다.

대전시티즌의 한 해가 서글프게 저물고 있지만, 아직 그들의 뒤에는 150여만명의 자줏빛 전사가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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