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씨 발인(發靷)에도 난 운동을 했다. 그들의 눈물이 겨울을 먹먹하게 할지언정 태연하게 뜀박질을 한 것이다. 그들의 입관은 그들만의 입관일 뿐이었다. 그들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듯, 그들 또한 내 슬픔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고, 난 나일뿐이니까. 내가 내린 평범한 결론은 비록 비루하고 야박하나 세상은 그러하다는 것이다. 누가 내 눈물을 온전히 이해할까. 동시에 누가 그들의 눈물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그들이 내 괴로움을 받아들이지 못하듯, 나 또한 그들의 괴로움을 감당하지 못하니, 동대동(同一)이다. 난 가벼운 질량의 인간이고, 그들도 한없이 가벼우니 그들과 내 슬픔의 총량은 같다.

▶○○씨 발인에도 운동을 한 것은 건강 때문이 아니다. 그의 주검이 슬프지 않았음은 더더욱 아니다. 난, 그저 늘 하던 일상을 살았을 뿐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그 또한 내 일상에 풍문을 만들지 않았기에, 나 또한 그랬을 뿐이다. 동토의 계절에 누구나 그렇듯 시간은 점점 얼어붙는다. 그리고 시간보다 사람의 빙점이 더 차갑다. ○○씨의 발인은 세상과의 작별이 아니다. 소풍, 그 짧은 여행에서 잔뜩 소란을 피우고 떠나는 흔적일 뿐이다. 그래서 누군가 슬프다면 '누군가'만 슬프다. 누군가는 묻히고, 누군가는 잊힌다. 또한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누군가는 탄생한다. '부고란'과 '결혼 알림란'이 서로 이웃하듯 삶과 죽음 또한 이웃한다.

▶우린 2억년을 통해 만들어진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이나, 잠시도 인간답지 못하다. 최소한 살아있다면, 온전히 슬픔을 공유해야 하는데 그냥 별건이다. 난, 겨울이 되면 잔뜩 우울해진다. 그냥, 바람이 스쳐도 우울하다. 빙점의 차가움도 차가움이려니와, 무언가 모를 외로움이 사무친다. 냉기 때문이라고 자조하지만, 실은 이유를 모른다. 알 까닭이 없다. 그래서 되도록 세상에 바싹 착근해서 지내려고 한다. 슬픈 일이 있어도, 가급적 슬퍼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자생의 의지다. 그젯밤도 많은 사람들과 뒤섞여 통음했지만 여전히 외로웠고 우울했다.

▶자정이 넘자, 영하 날씨의 물외(物外)에서 찹쌀떡~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어릴 적, 그렇게 정겨웠던 소리가 이제, 절망의 묵음으로 들린다. 왜, 찹쌀떡 장수는 추운 겨울밤에만 절절하게 나타나는 것일까. 그는 토끼 같은 자식을 생각하며, 한 개라도 더 팔려고 목청껏 외친다. '병아리 색깔'의 따뜻한 빛이 새어나오는 아파트를 흘긋거리며 점점 더 힘차게 외친다. 목소리는 얼었고, 긴긴 겨울밤 또한 얼어붙었다. 그도 어느 누구의 가장일 것이고, 어느 누구의 자식일 것이다. 그도 겨울 속에서 찹쌀떡을 외치지 않고, 찹쌀떡을 사먹고 싶을 것이다. 집밖으로 급히 뛰어 내려갔다. 떡장수를 불렀다. 그가 건넨 찹쌀떡은 발인의 온도처럼 차가웠다. 코끝이 찡했다. 왜 겨울엔, 먹고사는 게 더 힘든지 뼛속까지 저리다. "찹쌀떡~" 멀어져가는 그의 떡 가방이 마치 상여 같다. 슬펐던 밤이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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