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충남]
중. 자연재해인가 인재인가
충남서부권 상수도 누수량
하루평균 5만여t 전국 2배
노후수도관 교체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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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부권의 극심한 가뭄사태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42년만의 최저 강수량을 기록하며 평균 누적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자연재해 시각이 다분하지만 관계당국의 안일한 가뭄대비가 가뭄사태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대전지방기상청이 지난 1월 1일부터 9일까지 분석한 대전·충남·세종지역 평균 누적강수량은 673.1㎜로 예년(1248.4㎜)의 54%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실제 저조한 강수량 탓에 충남 서부권의 주 상수원인 보령댐의 10일 저수량은 2268만 7000t으로 예년 동일 5308만 6000t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저조한 강수량으로 인한 자연재해 요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충분한 대비만 있었다면 현재의 상황까지 가뭄이 악화되지 않았을 거라는 점이다. 먼저 충남 서부권의 상수도 누수율이 타지역에 비해 높다는 점에서 가뭄사태가 인재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충남 서부권의 한해 누수량(2013년)은 1995만 3512t으로 하루 평균 5만 4667t의 물이 증발한 셈이다. 충남 서부권의 누수율은 평균 25%로 전국 평균인 10.7%에 비해 2배를 훌쩍 뛰어 넘었다. 누수율이 높아 결과적으로 보령댐이 더 많은 용수를 공급해야만 해 보령댐이 더 빨리 가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련기사 15면

서산에 사는 강모(45) 씨는 “보령댐이 가물어 한 방울의 물도 아까운 상황인데 누수율이 높다는 것은 물이 계속 버려져 왔다는 것 아니냐”며 “관계당국은 절수만 외치지 말고 새나가는 물을 붙잡을 방안을 추진해야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내비쳤다.

앞서 지난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수현(충남 공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발언도 인재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박 의원은 당시 2012년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저수지 준설 및 백제보의 물을 활용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국비지원을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부의 가뭄 늑장대응을 질타했다.

박 의원은 수자원공사 국감에서 "22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 4대강 사업이 정작 극심한 가뭄이 닥쳤을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활용가능한 물이 있음에도 활용하지 못하고 충남서부권에 제한급수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것은 천재가 아니라 인재"라고 정부의 무능력한 가뭄대책을 꼬집었다.

도 관계자는 “누수율을 잡기 위한 노후 수도관 교체와 백제보~보령댐 도수관로 사업이 사전에 진행됐다면 최악의 가뭄사태까지는 면했을 것”이라며 “현재 수도관 교체사업 국비를 요청한 상황이고 백제보 도수관로 사업은 예타가 면제돼 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석 기자 hikms12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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