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소방상황실 가보니]
신고접수 하루평균 100여건
사건 완료 이후에야 한숨
장기근무땐 고질병 생겨
허위신고는 여전히 빈번

▲ 6일 대전시 119소방상황본부 상황실에서 김진규 소방경이 신고접수를 받고 있다.
이정훈 기자
“감사합니다. 119소방상황실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지난 6일 오후 2시 대전시 소방본부 상황실 여기저기에서는 신고접수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소방상황실은 분야별 재난상황 신고접수를 통해 출동지령명령, 유관기관 통보 및 지휘통제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현장출동 대원과의 공조체제 구축으로 재난발생 시 ‘골든타임’ 확보에 나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상황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대형 전광판이 눈에 띈다. 병원정보, 출동현황지도, 교통감시, 재난감시CCTV 등의 화면이 실시간으로 송출되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상황실에 근무하는 대원들 앞에는 GIS(지리정보시스템), 신고접수 화면, 센터콜PC, 내부행정PC 등의 모니터가 놓여있다. 4가지 화면 모두를 감시하고 신고접수 받는 일은 베테랑 소방대원들에게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고 한다.

13년차 설용철(43) 소방장은 “하루평균 100여개의 신고접수를 받다보면 정신적 고충이 많이 따른다”며 “언제 어디서 사고가 발생될 줄 모르니 긴장의 끈을 잠시라도 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소방상황실 직원들에게는 방광염과 치질 등은 물론 허리, 어깨통증 등 고질병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상황실에 들어선지 30분이 지났을 무렵, 사고를 알리는 긴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여기 가양동인데요. 남편이 농약을 마신 뒤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질 않아요. 도와주세요.” 상황실 대원은 즉시 사고현장 인근 구급센터에 출동명령을 지령했다.

“2500호 차량 긴급 출동입니다. 위치는 대전시 가양동….”

이와 동시에 옆에 있던 대원들은 가장 가까운 이송병원을 확보하고, 도로 상황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동시에 한다. 구조 후 이송병원 확인, 도착 후 환자 상태 파악까지 완료된 이후에야 상황실 근무자들은 한 숨을 돌린다. 한 생명이 달린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근무자들은 차분하면서도 빠르게 모든 상황을 관리하는 듯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 이들에게는 잠깐의 휴식도 허락되지 않는다. 끊이지 않게 전화벨 때문이다.

상황실 근무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술 취한 사람들의 횡설수설 전화나 허위신고 등이다. 실제 5시35분경 술에 잔뜩 취한 목소리의 한 남성이 “집 근처 중국집 전화번호 좀 알려달라”는 어처구니 없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김진규(46) 소방경은 “이런 전화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특히 현장출동 결과 오인신고로 확인이 된 경우, 무엇보다 출동한 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따른다”고 전했다.

365일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있는 소방상황실은 대전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잠들지 않고 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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