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대환 대전본사 교육문화팀장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주요 신문과 방송 뉴스는 매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된 소식을 전하고 있고 전국 곳곳에서 찬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있는 정치권도 이 문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물론 국민 전반적인 여론은 국정화 반대가 더 우세하다. 강단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역사학과 교수들과 교사들은 물론 학생들까지 국정화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교과서를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명명한 정부는 제대로 된 의견수렴도 없이 확정고시를 강행했다.

이로 인한 국론분열은 더 심해지고 있고 시급히 처리해야 할 각종 민생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총선 표심의 향배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교과서 문제를 ‘진보와 보수’ 프레임으로 만들어 얻게 될 득과 실을 저울질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이 과정에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찬성 논리와 반대 논리를 따져보기에 앞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인류는 왜 역사를 공부하는가?’에 대한 생각이다. 사전적 의미로 역사(歷史)는 ‘인류 사회의 발전과 관련된 의미 있는 과거 사실들에 대한 인식’으로 정의된다.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과거의 의미 있는 사실을 통해 현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자랑스러운 일이건 부끄러운 일이건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역사교육에 있어 개방성과 개별성의 원리를 중심을 다양한 역사상을 반영하고 역사를 통해 책임능력, 자의식, 세계상 등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독일은 나치정권에 대한 과오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나치 이데올로기의 기본 요소와 나치가 등장하게 된 원인, 영향, 인간을 경시하는 파괴적인 특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이러한 나치의 세계관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우리의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처럼 독일 국민들이 나치즘이라는 당시 상황에 순응하고 그들을 도왔다는 것에 대한 반성과 나치의 탄압과 인간학살 시스템이 가지는 비인간성과 반민주주의적 경향과 싸워야 한다는 당위성을 스스로 깨닫게 하고 있다.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한다면 한다’식으로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이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내용이다.

최근 여당의 한 고위 인사는 국정화의 한 명분으로 편향되고 잘못된 역사교과서가 우리 젊은이들이 패배주의에 빠지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헬조선, 흙수저 등 불편한 단어들이 잘못된 역사교과서 탓이고, 그래서 국정화를 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우리 젊은이들이 패배주의에 빠지고 있는 이유는 역사교과서 때문이 아니라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론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국정화 관련 일련의 논란이 멀지 않은 미래에 또 하나의 역사로 남아 평가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껏 우리가 배워온 역사에서는 국민을 무시한 권력은 언젠가 그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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