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월요편지]<27>
배재대 석좌교수

지난해에는 토마스 피케티 교수의 불평등을 다룬 ‘21세기 자본’이 향후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경제학 저서라고 각광을 받더니 올해는 불평등 문제의 대가인 앵거스 디턴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아, 바야흐로 불평등 문제가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일부에서는 불평등을 보는 디턴과 피케티의 견해를 대척점으로 보기도 하고, 오히려 상호 보완관계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물론 디턴 교수는 세계경제가 점점 더 평평해지고 있으며, 경제성장은 세계를 절대빈곤과 죽음으로부터 구해 낸 원동력이라 주장하는 점에서, 피케티 교수의 갈수록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고 자본주의의 최대 약점은 부의 불평등이라는 주장과 상반된 견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디턴 교수도 불평등이 현 사회의 심각한 문제라고 인정하며 사회통합을 어렵게 하여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견해가 완전히 상반되는 것은 아니지요.

두 사람은 불평등을 보는 관점 또는 범위의 설정이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의 핵심적 주장만을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디턴 교수는 세계적 관점에서 ‘글로벌 불평등’을 얘기하고 있고 피케티 교수는 ‘국가별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디턴 교수는 “글로벌 불평등은 분명히 감소하고 있고 삶의 질도 향상하고 있다”고 주장을 하면서도 피케티 교수처럼 국가내의 상대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피케티 교수는 자본축적은 필연적으로 자본소득의 증가와 불평등을 심화시키기 때문에 상위 1% 소득자에게 누진적 소득세와 자본세를 부가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디턴도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이끄는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지만 피케티보다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디턴 교수 역시 “여전히 수백만 명이 끔찍한 빈곤과 영유아 사망을 경험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이 세계는 너무나 불평등하다”고 진단한다는 점에서 불평등에 대한 이론적 괘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디턴 교수는 불평등이 엄청나게 복잡하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불평등의 폐해를 강조하는 피케티 교수의 입장과 얼핏 강도가 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고려대 신관호 교수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최근 디턴 교수가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룬 미국의 불평등 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한 것이나, 디턴과 피케티 모두 불평등 확대의 요인으로 성장률 저하를 지목 하는 등 두 학자 사이엔 공통점이 적지 않다”고 분석하였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미래 전망에서는 차이가 납니다. 이번 노벨상 수상의 업적이 되었던 디턴 교수의 ‘위대한 탈출’ 마지막 장, 마지막 줄에는 “나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 인류가 지혜를 모아 미래에도 이런 장애를 잘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고 다소 낙관적으로 전망한 반면, 피케티 교수의 역저 ‘21세기 자본’의 마지막 장, 마지막 줄에는 “돈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데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숫자를 다루기를 거부하는 것이 가난한 이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사실 저로서는 불평등에 대한 위 두 학자의 저서보다도 역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2012년에 발간한 ‘불평등의 대가’가 보다 중립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1퍼센트 나라 미국’을 비판하면서 불평등의 심화 원인, 불평등으로 초래된 결과, 불평등으로 인한 민주주의와 사법체계에 끼친 악영향 등으로부터 불평등 해소 대안에 이르기까지 언급하고 있는데,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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