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홍순철 충북본사 정치부장

최근 '베테랑' 이라는 영화가 국민적인 관심을 받은 일이 있다. 1400만 관객을 넘어 현재까지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물론 필자도 1400만명중의 하나다.

영화의 '플롯'(plot·구조)은 단순하다. 재벌 2세로 대변되는 절대권력에 힘없는(?) 베테랑 경찰이 겁없이 덤벼들어 결국 이를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베테랑'을 강조한다. '베테랑'이기에 사건해결이 가능했다. '베테랑'은 오랜 시간 다양한 경험을 한 노장을 일컫는다. 산전수전 겪다보니 상황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한다.

영화 이야기는 이만 접고 우리의 정치현실로 가보자. 지금 우리 한국정치에서 '베테랑'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여야는 당리당략, 진영논리에 빠져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여당은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친박-비박 싸움이 한창이고, 야당 역시 친노-비노간 권력투쟁에 국민들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없고 온갖 추악한 행태들이 난무한다. 대통령 마저도 '편가르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역의 정치현실을 보자. 충북에서는 무상급식 문제가 여전히 큰 이슈다. 도청과 교육청은 무상급식비 배분 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벌써 10개월 째. 그러나 해결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치의 양보도 없다. 전에도 이같은 무상급식 갈등은 있었다. 당시는 정치적 이해가 다른 두 단체장간(이시종지사-이기용교육감)의 갈등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은 야당 지사와 진보교육감이다. 무상급식 공약을 내걸었던 이들은 무상급식 만큼은 이견이 없어야 하는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오히려 과거보다 더 심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충북도의회를 보자. 무상급식과 관련해 여야간에 극심한 반목을 보인다. 여당은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지사와 교육감의 합의를 촉구했지만 야당은 이를 '단체장 흠집내기'라며 폄하했다.

도의장이 의회 자체 중재안을 만들고 합의가 안될 경우 조례를 제정해서라도 강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야당은 '조례는 강제성이 없다'며 이를 부정했다. 그럼 대안이라도 내놓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대안' 조차 없다. '무상급식 대안을 마련하자'며 의원총회가 소집됐지만 야당 소속 의원들은 모두 불참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의회는 결국 강제성이 없는 조례제정 대신 양 기관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예산안 심의 거부 등 의회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중앙정치는 물론이요, 지역의 작은 정치에도 '베테랑'은 없어 보인다.

이시종 지사는 '나는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가'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충북도민이 지사에게 정치적인 모습을 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때로는 안풀리는 현안을 ‘정치적’으로 푸는 상황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도지사에게 '행정가이자 정치인'의 모습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꽉 막힌 무상급식 갈등. 결국 해법은 이시종 지사에게 있다. 때로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진리가 소중할 때가 있다. 이시종 지사에게 '베테랑' 다운 노련함이 필요한 때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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