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청호 쓰레기 수거현장 가보니
그물망 등 뒤덮여 잠수불가
수변엔 모은 쓰레기도 방치
2008년부터 90여t 수거
“빙산 일각… 시민협조 필요”

▲ 14일 오전10시 대청호에서 제 13공수 특전여단 대원들이 수중 정화활동을 실시하며 불법 정치어구(그물)를 치우고 있다. 이정훈기자
긴 가뭄 끝에 찾은 대청호 상황은 참담했다. 예년 같으면 물이 가득 차 있어야 할 대청호는 흙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기에 녹조현상까지 더해지면서 물빛은 짙은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했다.

14일 오전 10시 대전시 동구 신상동 대청호 일대에는 수중·수변 정화활동을 실시하기 위해 금강유역환경청과 제 13공수 특전여단, 동구청 등 120여명이 참석해 불법 설치된 정치어구(그물) 등 각종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이날 대청호는 극심하게 수위가 낮아져 저수율이 지난해의 60% 수준을 보였다. 동구청 관계자는 “현재 가뭄 때문에 수위가 낮아졌지만 대청호가 전국에서 3번째로 큰 규모이기 때문에 내년 6월까지는 큰 걱정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곳곳에 흙바닥이 드러난 가운데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막걸리 병, 생활쓰레기 등이 눈에 쉽게 띠었다. 이날 정화활동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먼저 작업선 2척과 모터보트 5척 등을 운영하며 수중 정화할동을 실시했다. 특전사 대원들은 잠수복장을 입은채 대청호 주변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대원들이 투입된지 얼마지나지 않아 불법으로 설치된 그물망이 발견됐다. 그물망의 크기는 대략 50m가량으로 대청호의 수위가 낮아지며 물위로 그 모습이 드러난 것. 하지만 물위로 들어난 그물망 보다 물속 안의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잠수대원 김남용 중사는 “물위로 드러나 보이는 쓰레기와 그물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물속 안은 불법으로 쳐 놓은 그물이 상당히 많으며,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각종 생활 쓰레기로 정상적인 잠수활동조차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원들이 수거한 그물 속에는 물고기 여러 마리와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다. 오후 2시부터 이뤄진 수변정화활동에서도 대청호 주변 곳곳에 먹다버린 막걸리통 등 술병을 비롯해 일회용품, 비닐봉지, 부탄가스통 등이 나뒹굴고 있었고 그나마 모아둔 쓰레기 역시 처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었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충청지역 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하는 대청호 정화활동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무엇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상수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매년 이뤄지고 있는 대청호 수중·수변 정화활동은 2008년부터 금강유역청이 군부대와 관할 지자체 등과 함께 추진해오고 있으며, 그간 1600여명이 참석하며 쓰레기 약 90여t을 수거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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