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 공은 다시 국회로
영호남·충청 ‘지역대결 프레임’... 정치논리에 밀려 손해 가능성 커
“내 지역구 아냐” 관심 안 보여... 현역 의원 이기주의 비난 여론

내년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의 공이 다시 정치권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표 등가성 회복’이라는 선거구 획정의 근간이 ‘지역 간 대립’ 프레임로 변질되고 있다. 사실상 정치 양강인 영·호남과 충청이 의석 확보를 위한 정치력 대결을 펼쳐야 하는 악재에 빠진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충청권 국회의원들은 ‘내 지역구가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방관하고 있어 지역에서는 ‘이기기 어려운 게임을 자초한’ 이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질 전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선거구 획정안 제출 법정시한인 13일, 책임을 저버리며 선거구 획정의 공을 국회로 넘겼다. 결국 ‘선수가 규칙을 정하는’ 과거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게 된 꼴이 된 것이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충남 천안이 분구 대상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영·호남의 정치력에 밀려 선거구 증설이 좌절됐던 경험이 있는 충청지역은 20대 총선에서도 같은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충청지역 선거구를 완전해체해 상한인구수에 가깝도록 모든 선거구를 뒤흔들려는 영·호남 논리에 입각한 ‘괴담’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한 정계 인사는 “영·호남에 비해 힘이 부족한 충청이 ‘지역 간 대결’ 프레임에 휩쓸린다면 이번에도 정치논리에 밀려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여·야 모두 충청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동안 충청권 현역 국회의원들은 영·호남 국회의원들과 달리 활발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영·호남 논리에 편승해 ‘농어촌 대표성 확보’ 목소리를 높인 의원들도 다수이고, 자신의 지역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절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의원들의 모습도 수차례 포착됐다.

‘현상유지가 최선’이라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기주의가 충청인들의 ‘표의 등가성 회복’을 스스로 좌절시킬 위기에 몰아넣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근거다.

관련 전문가들은 “20명의 정개특위 위원 중 충북의 경대수 의원, 대전의 박범계 의원 2명이 충청의 목소리를 대변하기에는 너무나도 힘이 미약했다”며 “이들 외에는 선거구 증설이나 선거구 감소 저지 등에 앞장선 현역 의원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각자 자기 지역구에 미칠 영향만 계산하다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는 막판 생색내기 토론회나 성명발표에 급급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역 정계 인사들도 “충청 국회의원들이 충청의 대의명분보다는 자신의 밥그릇에 눈이 멀어 지역 정치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발로 차버렸다”며 “내년 총선에서 이들에 대한 책임을 표로 물어야 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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