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시한 못지켜 국민께 죄송”, 독립기구 무색… 무책임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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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법정시한인 13일까지 획정안을 마련하지 못한 점을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과에도 획정위가 애초 “자체적 기준을 세워 법정시한을 지키겠다”고 호언장담한 것과 달리 여·야의 정치적 이견에 끼어 ‘독립기구’임을 무색케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김대년 획정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획정위 명의로 된 ‘대국민 사과문’ 형식의 성명을 발표했다.

획정위는 성명을 통해 “획정위가 13일까지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운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죄송하게도 우리 위원회는 국민의 여망을 담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획정위는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산정 기준일과 지역 선거구 수의 범위를 결정했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든 합리적 안을 도출해야 할 획정위원회가 위원 간 의견 불일치에 따라 합의점을 찾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정치개혁이 나아갈 길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야 할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다시 한 번 송구함을 표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특히 “비록 선거구획정위가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했지만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차질 없이 치러지도록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정치적 결단을 발휘해 주기를 국민과 함께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입장은 독립기구로 출범한 획정위의 책임을 외면한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획정위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비롯한 의원 정수 문제로 여·야 간 마찰을 빚으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자 자신들이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획정안을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이 농·어촌 지역 대표성 등의 문제를 연일 제기하며, 획정위를 압박하자 획정위는 수차례의 회의에도 결국 법정시한까지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획정위는 내부에서 논의되던 획정 시나리오를 일부 언론에 노출시키면서 전국적인 혼란과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 인사들은 “획정위의 역할은 법정시한까지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 뿐이었다. 이후에는 국회가 이를 검토하면 되는 것”이라며 “국회와 정치권의 눈치만 보다가 굴복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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